【싱가포르=서예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국제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양국이 '중견국'의 역할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한국과 싱가포르는 제한된 자원·지정학적 요인 등을 극복하고 성장한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전통적 협력 분야를 포함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국빈 자격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 로렌스 웡 총리를 모두 만났다. 특히 이 대통령과 웡 총리는 지난 2일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과 웡 총리는 지난해 11월 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오늘날 초불확실성 시대의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제 정세가 한층 불안정해진 상황을 감안해, 한국과 정서적·경제적으로 밀접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정 국가에 의존할수록 현재와 같은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FTA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2006년 FTA를 체결했다. 20년간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FTA를 개정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 이후 자유무역 체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아시아의 중견국끼리 자유무역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에서 가장 강조된 분야는 AI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3강' 후보국으로 함께 꼽힌다. 양국은 미중 AI 독점 구도에 맞서 AI 주권(소버린 AI) 확보라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AI 준비력과 교육·안전·인재 정책에서 세계 최상위 평가를 받는 국가다. 이 때문에 양국 협력의 고리를 AI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통령도 지난 2일 양국의 정부·기업·학계 관계자가 모인 'AI 커넥트 서밋'에 직접 참석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전략적 동행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협업하면 개별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선두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는 이날 AI 산업과 그 기반이 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주·양자 등 미래 분야까지 기술 교류를 확장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싱가포르는 AI에 필요한 전력을 만들기 위해 SMR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과 웡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동산·저출산·인구구조 변화·AI가 가져올 변화 및 준비 방향·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등 양국 공통 과제에 대한 정책 토론도 했다. 이는 국토가 좁고 자원이 적음에도 인적 자원으로 중견국으로 성장한 양국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이 대통령과 웡 총리는 현 국제정세를 '초불확실성 시대'라고 규정하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규정했다. 이제 중견국으로서 양국은 '힘이 곧 정의'가 된 국제정세 속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 양자·다자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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