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기업 대출이 증가했지만, 증가분 대부분이 대기업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방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연간 기업 대출 잔액은 738조54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719조6675억원 대비 2.5%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기업대출 잔액이 확대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게 확대되자, 정부는 10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실제로 4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 595조5382억원 ▲3월 598조6686억원 ▲6월 608조6663억원 ▲9월 618조7236억원 ▲12월 621조8707억원으로 지난해 10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급격히 둔화됐다.
문제는 기업은행 증가분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71조9793억원으로 전년(162조2793억원)대비 6% 증가했지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62조4385억원으로 같은 기간 1.5% 증가에 그쳤다.
금리 상승기와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면서 신용등급이 높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확대한 영향이다.
이같은 흐름은 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에도 나타났다.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조8310억원으로 전년(8조8786억원) 대비 22.0%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6조6275억원에서 88조3476억원으로 2%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까지는 확산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중심의 여신 쏠림이 고착화될 경우, 자금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중소기업은 금리 부담과 유동성 압박이 동시에 심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우량 차주 중심의 여신 전략을 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기업 규모별 자금 배분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대출 잔액 증가가 아니라, 중소기업·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실질적 금융 접근성 개선 여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대출 규제로 기업 대출이 늘었지만, 이는 위험이 낮은 대기업 위주의 선별적 확대에 가깝다"며 "정책 금융기관과의 협업, 보증 확대, 금리 우대 프로그램 등 보완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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