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은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 전례 없는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내신 5등급제 전환과 수능 선택과목 폐지라는 제도적 변화는 단순히 평가 방식의 수정을 넘어, 인재 선발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신호탄이다. 이제 '누가 더 실수를 줄여 높은 점수를 얻느냐'는 결과 중심의 시대는 저물고, '누가 더 치열하게 탐구하며 성장했느냐'는 과정 중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학들은 점수의 변별력이 사라진 자리를 정성평가라는 새로운 잣대로 채우며 '평가 주권'을 회수하려 한다.
◆'1등급 10%'의 함정: 보편화된 탁월함과 '세특'의 부상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냉혹한 현실은 내신 등급의 하향 평준화다. 기존 9등급제에서 상위 4%에게만 허락됐던 1등급의 영광은 이제 10%까지 확대된다. 과거 전교 1등부터 7등까지만 누리던 1등급의 지위가 20등까지 넓어지면서,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내신 1등급은 더 이상 탁월함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이제 1등급 성적표는 합격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입장권'에 불과하다.
대학은 이 무뎌진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해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것이다. 교과서의 지식을 넘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심화 주제를 탐구하며 지식을 확장해 나가는 지적 호기심의 궤적이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부 기록은 착실한 학교생활의 증명을 넘어, 학생의 학문적 깊이와 잠재력을 증명하는 '학술적 포트폴리오'로 진화해야 한다.
◆정시의 진화 : '수능 올인'의 종말과 교실의 복원
변화의 파도는 수시를 넘어 정시 모집(수능 위주 전형)까지 덮치고 있다. '정시=수능 100%'라는 견고했던 공식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2028학년도부터 정시 모집에서 교과평가 비중을 40%로 대폭 확대하며, 수능 점수만으로는 결코 인재를 선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건국대학교 역시 정시에서 학생부 정성평가 20%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고교 교육과정을 외면한 채 오로지 문제 풀이 기술만 연마하는 'N수생'이나 '수능 기계'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이제 정시에서도 고교 3년간의 충실한 수업 태도와 교과 이수 현황이 당락을 뒤집는 결정적 변수(Key Factor)로 작용하게 된다.
◆선택 과목의 전략: 회피는 곧 탈락이다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2028 대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단연 '과목 선택'이다.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은 이공계열 지원자들에게 미적분, 기하, 물리학II, 화학II 등의 과목 이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폐지됐다고 해서 대학이 그 역량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은 수능에서 확인하지 못한 수리·과학적 심화 역량을 학생부를 통해 더욱 꼼꼼히 검증하려 든다.
따라서 "내신 따기 쉬운 과목"을 찾아다니는 얄팍한 전략은 2028 대입에서 통하지 않는다. 공학 계열을 지망하면서 물리학II를 피하거나, 경제학부를 지망하면서 미적분을 듣지 않는 것은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학생'임을 자백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입시에서의 '전략적 자살'이나 다름없다.
결국 '학습 설계자(Learning Designer)'만이 살아남는다. 2028 대입 패러다임의 핵심은 '점수의 양(Quantity)'에서 '역량의 질(Quality)'로의 전환이다. 이제 수험생은 주어진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수동적 문제 해결자'에서 벗어나 '능동적 학습 설계자'로 나아가야 한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