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기대에도 제조기업 40%, 새해 경제 ‘둔화’ 전망
2026년 경영기조, 기업 79% ‘유지·축소’
산업별 온도차…반도체·화장품 ‘확장’ 비중 높아
경제 리스크 ‘고환율’…정책 과제는 환율 안정화 중심
수출과 투자 지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기업들은 올해 경제 여건을 낙관하기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정 중심의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전국 2208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이 바라본 2026 경제·경영 전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0.1%가 올해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예상한 기업도 36.3%에 달해 전반적으로 올해 경기 흐름을 보수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전년 대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기업들의 신중한 경기전망은 올해 경영계획에도 반영됐다. 2026년 경영계획의 핵심 기조를 묻는 질문에 기업의 79.4%가 '유지경영' 또는 '축소경영'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유지경영'을 택한 기업 비중은 67.0%로, '확장경영'을 선택한 기업(20.6%)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2024년 경영기조 조사 당시 '유지·축소경영' 응답 비중이 65.0%였던 것과 비교하면 제조업 전반에서 보수적 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산업별로는 경영 전략의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확장경영'을 선택한 기업 비중이 47.0%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화장품 산업도 각각 39.5%, 39.4%로 확장 기조를 택한 기업 비중이 높았다. 반면 내수 침체와 저가 공세의 영향을 받는 섬유와 철강 산업에서는 '축소경영'을 선택한 기업 비중이 각각 20.0%, 1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이 인식하는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환율 및 환율 변동성 확대'가 47.3%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유가·원자재 가격 변동성(36.6%), 트럼프발 통상 불확실성(35.9%), 글로벌 경기 둔화(32.4%) 순으로 나타나 대외 변수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와 함께 기업 부담 입법 강화(19.4%), 고령화 등 내수 구조 약화(12.5%) 등 국내 요인을 리스크로 꼽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정책 과제로는 환율 안정화 요구가 가장 컸다. 기업의 42.6%가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정책으로 '환율 안정화 정책'을 선택했으며, '국내 투자 촉진 정책'(40.2%), '관세 등 통상 대응 강화'(39.0%), '소비 활성화 정책'(30.4%)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위기 산업 지원(22.5%)과 AI·첨단 산업 육성 지원(13.5%)에 대한 정책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산업별 회복 격차와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신중한 경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효과가 실질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업종별 맞춤 지원과 함께 과감한 인센티브와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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