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는 커녕 손해볼 판인데 코스피 지수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오르더라고요. '내 집' 없는 사람이 돈 벌 방법은 주식밖에 없어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미래에셋증권 반포역WM 입구에서 만난 주부 박모(37)씨 얘기다. 박씨는 "주식 초보자지만 SK하이닉스나 기아를 사는 게 금리가 2%대인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낫겠다 싶어 상담차 찾게됐다"고 말했다. 현금이 없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빚투'(빚을낸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증시가 활황세를 띄자 고객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른바 국내 증시 유턴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에 대한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7일 코스피가 장 중 4600마저 가볍게 넘자 '앵그리 머니'가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 속 집도 없는 데 주식도 오르고, 쥐꼬리만 한 예금 이자에 지친 투자자들이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6000도 결코 '꿈'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시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인공지능(AI) 투자 붐, 배당소득세 완화 등 증시 부양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한꺼번에 겹쳤다.
◆증시 주변자금 116조
이날 코스피는 0.57% 상승한 4551.06에 마감했다. 4600선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올해 들어 4거래일간 매일 사상 최고 지수 층수를 높여가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5000까지는 불과 448.94포인트가 남았다. 시중 자금은 무섭게 증시를 향한다.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가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일 88조6339원을 돌파했다. 한 달 전 78조1371억원 보다 10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빌린 돈(신용융자)은 6000억원가량 늘어나 전체 잔고는 27조7963억원이다. 사실상 개인이 즉시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투자예탁금+신용융자)만 116조원에 다다른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826조원)의 15% 해당하는 규모다.
뿐만 아니다. 올해 들어서보름여 만에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이 2만588개 개설됐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만 1조5602억원 늘어났다. 이들 자금도 유사시에 증시 등으로 유입될 수 있는 돈으로 추정된다.
직장인 이모(43)씨는 "주택 청약 시장은 죽은 듯 조용하고, 아파트값은 다락같이 올랐다"며 "증시 상승장까지 놓치면 벼락거지가 될 듯해 처음으로 증권 계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이프 계좌도 열어서 국장이나 미장에 '다걸기'할 생각이다"고 했다.
글로벌 유동성도 증시를 향한다. 코스피 4000선을 다시 넘어선 지난달 3일 이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6000원어치 주식을 샀다.
◆"6000도 가능", 큰 손들은 증시로
지금 투자해도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와 다른 시장이라고 얘기한다. AI 붐의 영향으로 뜬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사상 초유의 실적 장세가 반도체를 통해 현실화될 경우, 지수 상단은 6000선도 가능하다고 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리스마스 이후 코스피가 2주가 안 돼 거의 500포인트 올랐다"면서 "이 기세면 1월에도 코스피 5000도 바라볼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도 "선행 주가수익비율(P/E) 3년 평균의 +1 표준편차인 11.6배를 적용할 경우 5000포인트 또한 가시권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이익 모멘텀 강화 지속, 외국인 순매수 기조 등 최근 랠리의 동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당분간 국내 주식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급등의 여파로 기술적 과열 신호가 보이는 만큼 8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 후 재료소멸에 따른 '셀온'(sell-on·고점매도) 등을 빌미 삼아 주가 되돌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남 큰 손들도 새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과 함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자산 증식의 기회로 삼고 있다. 삼성증권이 자산 30억원 이상 SNI 고객 401명을 대상으로 '2026년 주식 시황 전망 및 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중 32.1%는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올해 투자 핵심 키워드로 'K.O.R.E.A.'라는 조어를 제시했다. 한국 주식(K-stock) 선호, 성과 상회(Outperform), 주식으로의 리밸런싱(Rebalancing), 상장지수펀드(ETF) 활용, AI 주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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