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회사 창업…연탄보일러→기름보일러→가스보일러등 시장 개척
국내 최초 '기름보일러 KS 1호기' 선봬…기름 보충 경고음을 사명으로
난방·냉방·공조사업 통합…'종합 냉난방 에너지기업' 도약·성장 모색
장학사업 통해 41년간 7만여명에 장학금…사회 환원액만 누적 610억원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사진)은 천상 기술자다.
학창시절부터 우리나라 고유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중에서도 발효음식과 온돌에 큰 관심을 뒀다. 특히 온돌은 향후 그가 대한민국의 대표 보일러 회사를 일구는 계기가 됐다.
경북 청도 출신인 최 회장은 대구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에는 서울대·한국공학한림원이 발표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보일러 분야에서 220건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고 공학박사까지 받은 최 회장에 대해 한국의 대표 보일러 기술자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기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집념은 회사의 경영이념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귀뚜라미의 경영이념(핵심가치)은 ▲인본중시 ▲기술중시 ▲고객중시다.
모든 임직원들을 신명나게 하는 신명 기업, 새로운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는 미래지향적인 기업,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고객 감동의 기업을 귀뚜라미는 지향하고 있다.
귀뚜라미의 전신은 1962년 창업한 신생보일러공업사다.
1962년은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위해 국내 최초의 단지형 주택인 서울 마포아파트 450세대가 옛 마포형무소 자리에 건설된다는 결정이 났던 시기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장작이나 연탄을 아궁이에서 태우는 구들장 온돌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주택영단'(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은 마포아파트 난방시스템을 검토하면서 이런 아궁이 설치의 문제점 등으로 인해 난방시스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서 최 회장의 기술적인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최 회장은 연탄보일러에 라디에이터를 연결해 난방 뿐만 아니라 연탄보일러 위에서 밥을 짓고 뜨거운 물을 데워 목욕물로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보일러 1대로 온수와 난방과 취사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국 최 회장의 아이디어가 채택, 마포아파트에 연탄보일러를 제작·설치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가정용 보일러의 효시인 연탄보일러는 이렇게 탄생했다.
1960년대는 산림 보호를 위해 연탄 사용을 장려하던 때였다. 그런데 연탄 아궁이 난방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갈라진 방바닥 틈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CO)로 가스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당시 방송, 신문에는 연탄가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자주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온돌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가스 중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 돌입했고 그 결과 방바닥에 파이프를 깔고 온수를 순환해 방바닥을 데우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연탄보일러의 가스는 연통을 통해 밖으로 나가고 방바닥 밑으로는 파이프에 온수만 지나가면서 난방이 됐다.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전통 온돌을 현대화한 파이프 온수 온돌 난방이 탄생했고 이는 최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연탄가스 중독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연탄가스가 샌다고 알려진 방에서 잠을 자는 '실험'을 직접 하기도 했다. 연탄보일러를 설치한 마포아파트가 고층인데다가 연탄가스 중독사고 위험이 있다는 잘못된 소문 때문에 입주율이 10% 미만으로 낮아 본인이 몸소 안전하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기위해서다.
◆기름보일러 개발하고 기름보충 경고음을 사명으로
최 회장은 1969년에는 고려강철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진행되고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가정용 보일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용 보일러 수주 영업을 탈피, 가정용 보일러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대량 생산 체제를 위한 자동화된 기기 설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직접 자동화기기 설비까지 고안해 가정용 보일러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름보일러를 국산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부응해 개발한 국내 최초의 '기름보일러 KS 1호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기름보일러 개발에 성공한 이후엔 기름 탱크까지 부착한 보일러도 개발했다. 그런데 기름이 완전히 바닥나면 기름을 보충할 때 공기를 제거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기름이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사용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이때 개발한 것이 기름이 떨어지기 전 실내온도조절기에서 '찌리릭 찌리릭'하고 귀뚜라미 소리로 기름보충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보일러 회사명에 '귀뚜라미'는 이렇게해서 붙여졌다.
최 회장이 이끄는 귀뚜라미는 1997년 IMF 위기도 어렵지 않게 극복했다. 1980년대 축적한 기술이나 자본을 다른 곳에 눈돌리지 않고 보일러 산업에 그대로 재투자하는 '한 우물' 전략 덕분이었다.
최 회장은 1991년 당시 보일러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부품 전문기업인 귀뚜라미정밀공업을 설립, 보일러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의 일괄생산 체제를 확립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
'좋은 부품이 좋은 보일러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고효율 버너, 보일러에 최적화된 순환펌프, 모터, 송배풍기, 전자제어 컨트롤러, 점화트랜스 등 부품 국산화율을 98%까지 올렸다.
결국 귀뚜라미는 외환위기에 호황기를 보낼 수 있었다.
◆보일러가 지진 감지도…재난 안전 기술 정부 인증 쾌거
2016년 9월 당시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귀뚜라미보일러 고객센터에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모두 지진 피해 지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보일러가 멈춘 것을 보일러 고장 때문이라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사실 보일러 고장이 아니었다. 20년 전부터 지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해 온 귀뚜라미보일러의 지혜였다.
귀뚜라미는 국내 가스보일러 중 유일하게 지진에 대비한 2중 안전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가스누출탐지기와 지진감지기로 이뤄진 2중 안전시스템은 지진이나 보일러 내부 가스 누출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가동을 멈춰 일산화탄소(CO) 중독 사고나 폭발이나 화재 등 2차 안전사고를 예방해 준다.
지진을 감지해 멈춘 보일러는 안전을 확인한 상태에서 가동 버튼을 눌러주면 다시 정상 작동한다.
이런 사실이 지난 경주 지진을 통해 알려지며 당시 소비자들은 귀뚜라미를 '갓뚜라미'라 칭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귀뚜라미보일러의 25년 재난 안전 기술이 보일러 업계 최초로 정부 인증을 받는 쾌거도 거뒀다.
◆보일러 회사 넘어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 도약…'2조 매출' 도전
최 회장은 더 이상 난방 사업, 냉방 사업, 공조 사업을 분리해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외 유수의 기업들은 이미 냉난방 시스템 기업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난방, 냉방, 공조가 하나의 통합된 기술로 발전하고 있었다.
주력인 난방 사업은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 제품으로 더욱 강화하고, 그룹 전체 비전은 냉난방, 냉동공조 사업을 시스템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2000년 '거꾸로 타는 가스보일러'를 시작으로 ▲4번 타는 가스보일러 ▲거꾸로 콘덴싱 가스보일러 ▲거꾸로 ECO 콘덴싱 가스보일러 ▲거꾸로 NEW 콘덴싱 프리미엄 가스보일러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보일러 기술을 진일보시켰다.
특히,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2006년 귀뚜라미범양냉방,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 등 국내 냉동·공조 업체들을 인수하고 원전용 냉동공조기, 냉방기, 냉동기, 공조기, 신재생에너지 부분의 국내 최대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보일러 전문업체를 넘어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성장했다.
보일러 사업을 통해 지난 2001년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냉방, 공기조화, 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보일러 전문 회사를 넘어 '종합 냉난방 에너지그룹'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귀뚜라미그룹의 계열사 전체 매출은 1조7800억원을 기록, 2000년 이후 보일러 산업 정체에도 불구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5배 이상 성장했다.
실제로 그룹 전체 매출은 9352억(2020년)→9733억(2021년)→1조2024억(2022년)→1조2372억원(2023년)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계열사인 귀뚜라미범양냉방은 냉각탑 국내 1위 기업이다. 신성엔지니어링은 2차전지용 드라이룸 시스템 국내 1위다. 센추리는 원자력발전소와 특수선(잠수함 등) 냉동공조기기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2016년에는 강남도시가스(현 귀뚜라미에너지)를 인수해 에너지 공급업까지 진출했다.
특히 글로벌 냉난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2월에는 '귀뚜라미 냉난방 기술연구소'도 만들었다. 이곳에는 경북 청도, 충남 아산, 인천에 흩어져 있던 귀뚜라미, 나노켐, 귀뚜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주력 계열사 연구소 소속 연구원 300여명이 집결해 냉난방 융·복합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 귀뚜라미는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한탄강 컨트리클럽, 서울 강서구에 있는 인서울27골프클럽 등도 운영하며 레저사업 등도 함께 영위하고 있다. TBC대구방송도 대주주다.
◆귀뚜라미문화재단등으로 미래세대 육성…41년간 7만명에 장학금
최 회장은 장학사업 등을 통해 미래 세대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 역시 어렵게 공부하면서 자수성가를 한 터라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85년 귀뚜라미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2025년까지 41년간 지원한 장학생은 누적으로 7만명을 훌쩍 넘는다.
'최소한의 교육 보장, 누구에게나 교육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그동안 지역 사회 미래 인재들을 위해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묵묵히 해온 것이다. 귀뚜라미문화재단이 그동안 장학사업, 학술연구 등을 통해 후원한 금액은 5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귀뚜라미복지재단의 사회공헌사업까지 포함하면 그룹이 사회에 환원한 액수만 총 610억원 규모다.
특히 최 회장은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열리는 장학금 수여식에 직접 참여해 애정이 가득한 격려와 조언을 아낌없이 미래 세대에게 나눠주고 있다. 2025년에만 42개 지자체에서 총 2763명의 장학생을 선발, 이들에게 26억원의 장학금을 후원했다.
최 회장은 1941년생으로 본관은 경주다. 호는 청민(靑旼)이다. 현재 귀뚜라미그룹 회장, TBC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슬하에는 2남3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남(성환)은 귀뚜라미에너지 대표이사(사장), 차남(영환)은 나노켐 대표이사(전무)를 각각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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