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31일 시청 컨벤션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이전 논란과 정치적 공방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용인에서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을 두고 일부 지역과 일부 여권 정치인, 행정부 인사들이 이전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전략산업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등의 발언으로 촉발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의 명확한 정리를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상일 시장은 "잘 진행되고 있는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에 일부 장관이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개인 의견인지, 여론 떠보기인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앙정부 행정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총리가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권 일각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 반복될수록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성환 장관은 지난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용인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할 경우 필요한 전력량이 원전 15기, 약 15GW 수준"이라며 "지금이라도 전력이 풍부한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안호영 의원은 이에 대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이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정부 주무장관이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도 지난 12월 29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했으며, 여권 공조 세력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 소속 한 국회의원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대한 정부 승인 취소를 주장하는 등 혼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시장은 특히 "12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핵심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왜 그랬는지 생각이 든다.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 균형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시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침묵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반도체 산업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혼란이 커지고 있는데,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지사는 왜 아무 말이 없는가"라며 "정부·여당의 눈치가 아니라 경기도민과 용인시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지사의 계속되는 침묵은 용인특례시민과 경기도민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일 시장은 현 정부의 반도체 산업 대응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는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과 관련해 지방정부와 단 한 차례의 공식 회의도 하지 않았다"며 "전 정부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수차례 회의를 열어 지방정부 의견을 청취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발표된 15개 국가산단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지방정부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듣는 중앙정부 차원의 회의를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용인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명이 지난 12월 30일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원해왔다"고 한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의 예타 면제는 현 정부가 아니라 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외부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용인특례시는 흔들림 없이 갈 길을 가겠다"며 "내년에도 반도체 산업 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 "반도체 산단 이전은 말이 안 된다…이미 상당 부분 진행"
이상일 시장은 이날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 등 두 초대형 반도체 산단의 추진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첫 번째 팹을 건설 중인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12월 30일 기준 산업단지 조성 공정률이 70.6%에 이르렀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97.9%에 도달할 예정이다. 공업용수 공급시설은 92.7%, 생활용수는 92.5%, 전력공급시설은 97.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4기 팹 가운데 제1기 팹은 2027년 3월 완공돼 5월 시범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입주할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지난해 12월 정부 승인을 받았으며, 통상 4년 6개월이 걸리는 절차를 1년 9개월 만에 마쳤다. 올해 초부터 보상 절차가 진행돼 지난 12월 22일부터 토지 보상 협의도 시작됐다.
이 시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12월 19일 LH와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삼성이 다른 지역이 아닌 용인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서류상의 계획이 아니라 이미 1천조 원 규모의 투자가 확정돼 보상·인허가·기반시설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인 사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전을 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이전을 시도할 경우 환경·교통 영향평가와 전력·용수 인프라 계획을 모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몇 년을 허비하는 결정은 반도체 산업은 물론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반도체는 속도와 집적이 생명"…주 52시간제 철폐 촉구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는 속도와 집적이 생명"이라며 산단 이전 논의 자체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중국·대만·일본 등은 분초를 다투며 경쟁하는데, 이미 진행 중인 국가 핵심 사업을 중단하자는 것은 산업을 포기하자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 주 52시간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996 근무제', 대만 TSMC는 주 70시간 이상 근무하며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가 밀리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강조했다.
◆ "용인은 반도체 집적 효과 최적지"
이 시장은 용인의 지리적·산업적 강점도 설명했다. 그는 "용인은 기흥·화성·평택·이천·판교를 잇는 반도체 벨트의 중심에 위치해 집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인재, 교통, 교육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면 경기 남부 전체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장은 취임 전부터 반도체클러스터TF를 구성해 인허가 단축과 행정 지원에 나섰으며, 그 결과 국가산단 승인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용적률 상향이 가능해지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도 122조 원에서 60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과 이주대책 마련을 이끌어 냈으며, 교통망 확충과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다른 지역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야"
이상일 시장은 "다른 지역은 용인 프로젝트를 흔들 것이 아니라,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이 투자 매력을 느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인에서 진행 중인 1천조 원 규모 반도체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의 이전 논란에 흔들릴 이유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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