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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치킨 한 마리말고 '10호' 주세요"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식량안보연구센터장

닭은 보통 삼계와 육계로 구분하는데 삼계는 주로 삼계탕 용도로 사육된 도체 중량 400~500g의 어린 닭을 말한다. 육계는 고기용으로 개량되어 성장이 빠르고 살코기가 많다. 가슴 부위는 지방이 적고 조단백질 함량이 높아 담백하고, 다리 부위는 쫄깃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튀김, 구이, 닭볶음탕, 닭갈비, 닭개장, 백숙 등 닭고기를 이용한 대부분의 요리에 사용된다.

 

우리가 즐겨 찾는 치킨은 육계를 말하는데 오래 전부터 닭의 중량 대신에 '호수'라는 그들만의 은밀한 용어를 사용해 왔다. 예를 들어 도체중량이 가장 작은 451~550g은 5호라고 칭하고 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크기인 10호는 951~1050g, 11호는 1051~1150g, 가장 큰 30호는 2951g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육계는 사육 기간이 35~40일 정도인데 계절에 따라 출하일령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육계 사육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출하일령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다가불포화지방산(PUFA)의 일종인 EPA는 5호부터 10호까지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11호부터 16호까지는 0.27~0.43%가 검출되었다. 다가불포화 지방산(PUFA)은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세포막의 유동성 조절 및 체내대사의 생리적기능인 혈압, 호르몬분비, 면역계 계통의 조절에 관여하는 착한 지방산이다.

 

치킨을 주문할 경우 "치킨 한 마리에 닭이 얼마나 들어 갔어요?"라고 일반적으로 묻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치킨 중량이 가장 중요한 확인 사항이 되었다. 12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된 '치킨 중량 표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약처,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마련한 치킨 중량 표시제는 B*C, B*Q, 교*치킨, 처*집양념치킨 등 주요 10대 치킨 브랜드에 우선 적용된다. 이들 브랜드는 매장이나 배달 주문 메뉴판에 조리 전 닭고기 중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램(g) 단위로 표기하는 게 원칙이며, 한 마리 메뉴의 경우 '10호(951~1050g)'와 같은 호 단위 표기도 허용된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제도 시행 후 약 6개월 간은 시범적으로 시행하되 적발 시 처벌보다 올바른 표시 방법을 안내하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된다. 계도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당장 프랜차이즈의 메뉴판이 확 달라질 것이다. '후라이드 치킨 2만원'이라고 표시된 메뉴판옆에 반드시 '조리 전 중량 950g' 이나 '10호(951g~1050g)' 와 같은 정보가 함께 병행해서 표시되어야 한다. 그동안 막연히 '한 마리'로 통용되었던 거래단위가 투명한 '숫자'로 바뀌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곳은 시스템을 바꿀 여력이 있는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약 1만2560개 매장이다. 당장 모든 점포에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첫 단계 조치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만 믿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소비자가 직접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내년부터 분기마다 주요 치킨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해 중량과 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더욱 강력한 것은 '중량 꼼수 제보센터'의 운영이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중량이 줄었다고 의심되는 사례를 제보하면, 소비자단체가 검증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나 식약처에 통보해 조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명백한 빈 틈이 존재한다. 중량을 표시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기존보다 중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린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고지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 치킨 집이 '후라이드 2만원(조리 전 1㎏)'에서 '후라이드 2만원(조리 전 900g)'으로 바꾼다 해도, 이를 크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메뉴판의 숫자만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세심하게 비교하지 않으면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적 공지'를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역사는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꽤 오래되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비단 치킨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감자칩 한 봉지, 아이스크림 한 통, 심지어 화장지 길이까지 은밀히 줄어드는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물가 부담 속에서 기업이 선택한 '꼼수'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치킨중량 표시제는 그 꼼수를 막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한국인의 치킨사랑에 대해 가장 논란이 많고 중량 측정이 비교적 명확한 치킨을 시작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소비자에게 '알 권리'와 '선택할 도구' 를 넘겨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제 치킨 소비자는 '한 마리'라는 추상적인 말보다, '얼마나 큰 한 마리'인지 데이터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브랜드 간 '그램 당 가격'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업체들은 더 이상 몰래 양을 줄이는 '꼼수'보다 맛, 품질, 서비스, 그리고 정직함으로 대표되는 '공정한 경쟁'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 치킨을 주문할 때 한 번쯤 메뉴판에 표시된 그 숫자를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그 작은 숫자가 당신의 지갑을 지키는 첫 번째 방패가 되기 때문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글로벌비건인증원장, 인천푸드테크협회사무총장, 식량안보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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