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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IT/인터넷

한·미 ‘빅테크 차별 금지’ 합의…한국 디지털 규제의 손발 묶였다

온플법·망 사용료법 제동 걸리고 데이터 반출 압박 커져
업계 “역차별 고착 우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양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차별 및 불필요한 장벽 금지'를 명문화한 팩트시트(Fact Sheet·공동설명서)에 합의하면서 국내 디지털 규제 정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플랫폼의 독주를 막기 위해 추진되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글로벌 빅테크의 무임승차를 막으려던 '망 사용료법' 도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여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역차별'과 '데이터 주권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한·미 팩트시트에는 "양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 디지털 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빅테크 기업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요구사항이 관철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 정부의 '규제 운신의 폭'이 대폭 좁아졌다고 분석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해왔다"며 "팩트시트 내용은 추상적이지만, 향후 협상에서 이를 벗어나기 어려워 우리 측 입지가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온플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는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막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해왔으나, 미국 측의 반발에 부딪혀 온 상황이었다. 이번 팩트시트 합의로 인해 정부가 독자적인 사전규제 법안을 강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려던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역시 동력을 잃을 위기다. 국내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글(유튜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해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망 사용료 요구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보고 있어 정무적으로 법제화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규제 압박에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망 사용료를 성실히 납부하고 각종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반면, 막대한 트래픽과 수익을 올리는 해외 빅테크들은 '차별 금지'를 방패 삼아 규제망을 빠져나가는 '역차별'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팩트시트에 명시된 "위치 정보 및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 보장" 조항도 뇌관이다. 이는 구글과 애플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1: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용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내년 2월로 미뤘으나, 이번 합의로 인해 거부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이번 합의를 두고 '단기적 안도'와 '장기적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오던 규제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린 점은 긍정적이나 데이터 주권 상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용자 게시물에까지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등 과도한 규제 법안들이 쏟아지던 상황에서 이번 팩트시트가 규제 일변도의 흐름을 끊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미국 데이터를 가져와서 얻을 실익은 제한적인 반면, 구글 등 빅테크가 한국 소비자의 이용 패턴 데이터를 자유롭게 가져간다면 이는 그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로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토종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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