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직방 대표이사는 스마트폰으로 집을 구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원룸이나 아파트를 찾으려면 발품을 팔아 부동산중개업소를 직접 돌아다녀야 했다.
허위 매물에 속아 헛걸음을 하거나 중복 매물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정보 비대칭이 구조적으로 고착된 시장에서 임차인·매수자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안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를 포착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 시절, 원하는 방을 찾기 위해 수많은 부동산을 전전하며 허위 매물과 엉터리 정보에 시달렸던 경험이 그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모든 것은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철학은 이후 창업과 경영 전반을 관통하는 원칙이 됐다. 직방은 바로 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 불편함을 기회로
2010년 안 대표는 정보기술(IT)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오래된 병폐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으로 직방을 창업했다. 서비스 이름은 '직접 찍은 방 사진'에서 따왔다. 초기부터 허위 매물을 뿌리 뽑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창업 초기에 직방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는 '신뢰'였다. 앱을 통해 매물을 올릴 때 사진을 직접 촬영해야만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고 허위 매물이나 중복 매물을 올리는 중개사는 제재했다. 이용자가 헛걸음을 했을 경우 보상해 주는 '헛걸음 보상제'는 업계 최초의 제도였다.
이용자 보호 장치도 강화됐다. 매물을 문의한 사용자에게 광고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안심피드백', 공인중개사와 플랫폼이 함께 거짓 광고를 검증하는 '안심광고위원회' 같은 시스템은 신뢰를 핵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직방은 허위 매물 근절을 앞세워 단기간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앱으로 집을 구한다'는 새로운 경험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 데이터로 시장을 바꾸다
직방의 진짜 힘은 데이터에 있었다. 단순한 매물 나열 플랫폼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시장의 기준을 만들어갔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직방 시세'다. 이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모델이 분석해 산출한 가격 추정치다.
기존에는 호가가 곧 시장 가격처럼 여겨졌지만, 직방은 실제 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시세를 제공했다. 층수, 방향, 타입별 특성, 인근 단지 거래 이력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가격을 추정하는 방식이었다. 거래가 없는 단지도 인근 시세와 비교 분석해 가치를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됐다. 직방이 단순 매물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프롭테크 기업으로 불리게 된 계기였다.
◆ 프롭테크 유니콘으로 성장
2021년 직방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부동산·건설 분야에서 최초의 유니콘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 투자에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직방이 보유한 데이터 자산과 기술력, 그리고 시장 지배력이었다. 수년간 축적한 매물 정보와 사용자 패턴, 자회사 호갱노노와의 시너지 등은 직방만의 강점이었다. 업계는 직방이 단순한 중개 플랫폼을 넘어 '주거 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2025년 5월에도 VIG파트너스 계열 투자사로부터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직방은 지금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다.
◆ 3D 단지 투어와 디지털 트윈
안 대표가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주거 경험의 디지털 전환'이다. 직방은 3D 단지 투어 기능을 선보이며 모바일에서 현장 임장을 가능하게 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단지 전경과 세대 내부를 3차원으로 둘러볼 수 있다.
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현실의 부동산 정보를 가상 세계로 그대로 옮겨놓아 전국 아파트 단지의 99% 이상을 커버할 수 있게 했다. 이용자들은 굳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충분히 임장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3D 단지 투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부동산 거래 문화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었다. '집을 선택하는 경험'을 데이터와 기술로 재구성해,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에게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 스마트홈 기업으로의 확장
직방은 더 이상 원룸·아파트 매물을 소개하는 앱에 머물지 않는다. 2022년 삼성SDS의 홈 IoT 사업부를 인수하며 스마트홈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도어록 '헤이븐'과 AI 로비폰은 국내 최초로 비밀번호 없는 패스워드리스 출입 방식을 적용했다. 얼굴 인식과 모바일 키 태그 기능을 탑재해 보안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이 기기들은 '직방 스마트홈 앱'과 연동된다. 단지 커뮤니티 시설 예약, 자녀 귀가 알림, 택배 알림 등 생활 전반을 앱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스마트폰이 업데이트되듯, 주거 공간도 업데이트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철학이 스마트홈으로 확장된 것이다.
◆ 산업 생태계와 가교 역할
안 대표는 직방이라는 한 기업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2018년에는 한국프롭테크포럼을 출범시켜 초대 의장을 맡았다. 프롭테크 기업, 건설사, 디벨로퍼, 기술기업들을 연결해 교류와 협력을 이끌었다. 초기 26개 회원사로 시작한 포럼은 현재 320여 개 회원사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김슬아 컬리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와 함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의장을 맡았다. 그는 스타트업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며,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1세대 창업가로서 경험을 공유하고 후배 창업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발언은 업계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 문제 해결은 곧 혁신
안 대표는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은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다. 직방 창업이 허위 매물 문제 해결에서 출발했듯, 지금도 그는 주거 경험 속 불편함을 찾아내 이를 기술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이 진화하듯, 집도 진화해야 한다. 사람들의 생활이 변화하면 주거공간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 대표의 철학은 단순히 중개 플랫폼 운영자가 아니라, '주거 경험 혁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전지원기자 jjw13@metroseoul.co.kr
◆출생 및 학력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통계학과에 진학해 학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경력
2022.08 ~ 2024.08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 규제심판위원
2021.05 ~ 2021.12제3회 컴업(COMEUP) 조직위원장
2020.02 ~ 2022.02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의장
2018.11 ~ 2023.04한국프롭테크포럼, 의장
2010.11 ~ 현재직방, 대표이사
2009 ~ 2010블루런벤처스, 투자심사 팀장
2005 ~ 2008삼일회계법인, 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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