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외주 대신 자체 인력·글로벌 기업과 협업…‘협쟁’ 구조 속 차별화
도입→내재화→진화 단계…한국 기업은 아직 초입, 회계법인 역할 커져
"AI는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가치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이동근 삼정KPMG AI센터장의 철학은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흔드는 시대, 그는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나 신기한 기술로 보지 않았다.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 리스크 관리로 이어지는 성과의 '도구'이자, 결국 사람이 완성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봤다.
삼정KPMG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AI센터를 출범한 곳이다. 기존에 제공되는 상품·서비스가 앞으로는 AI가 접목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본업을 겸하는 컨설턴트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T) 형태로 시작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엔지니어 25명과 컨설턴트 25명, 총 50명의 전담 인력이 모인 독립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이 센터장은 "작년에는 신기술을 실험해 고객에게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AI를 가치사슬 전반에 접목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드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주는 '편리함' 넘어 '성과' 요구하는 기업들
이 센터장은 기업들의 시각 변화를 유의미하게 봤다. 그는 "기업들도 AI 도입 초기에는 'AI가 신기하다', '편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는 경영진이 '억 단위 투자를 했는데 재무제표에는 어떤 효과가 있느냐'고 묻는다"며 "이 질문이 한국 기업들이 AI를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성과 지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이제는 단순한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윤리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는지,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을 확보했는지까지 따지는 단계로 넘어왔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보조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한 달에 100건을 처리하던 직원이 AI를 활용하면 120건, 150건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인력 수요를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성과 중심의 접근은 AI센터 운영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삼정KPMG는 외주나 파트너사 의존을 최소화했다. 그는 "다른 회계법인은 외주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전략 수립부터 과제 발굴, PoC 검증, 시스템 구축, 거버넌스까지 자체 인력으로 끝까지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정KPMG AI센터는 플랫폼 회사 출신 AI 엔지니어들과 회계·비즈니스 컨설턴트가 짝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 센터장은 스스로를 두고도 "비즈니스 마인드 60%, 엔지니어 마인드 40%"라고 소개하며,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 AI 시장은 기술만큼 비즈니스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사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회계법인·컨설팅사와 협력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은 틈새 기술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삼정KPMG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SAP·셀로니스·서비스나우와 같은 솔루션 업체, 그리고 국내 AI 스타트업 과 협업하며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빅4 회계법인끼리 경쟁했다면 지금은 빅4, 글로벌 빅테크, 스타트업, SI기업이 얽혀 있는 '협쟁'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을 넘어 사람이 완성하는 '혁신'
그는 AI가 기업 안에서 어떻게 성과로 연결되는지 단계별로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도입 단계에서는 투자 대비 성과가 적지만, 내재화 단계에 들어서면 비용 절감, 매출 증대, 리스크 관리 성과가 뚜렷해진다. 진화 단계에 도달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은 내재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아직 도입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일부 대기업만 밸류체인 전반에 AI 과제를 배치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AI가 기업 의사결정과 서비스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회계법인의 역할은 더 커진다. 그는 "AI는 결국 재무적 효과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가지 렌즈로 봐야 한다"며 "회계법인은 이 두 영역에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기술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 대비 성과와 컴플라이언스를 동시에 관리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동근 센터장은 인터뷰의 끝을 다시 사람으로 맺었다. 그는 "AI를 기술로만 보면 한계가 있다"며 "성과 지표를 세우고 조직과 프로세스를 바꾸는 건 경영진의 몫이다. 결국 AI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동근 삼정KPMG AI센터장(전무, KPMG Digital본부장) 프로필
▲학력
KAIST 산업공학 박사과정 수료(2000년)
KAIST 산업공학 석사(1998년)
한양대학교 산업공학 학사(1996년)
▲경력
삼정KPMG (2015년~현재)
EY(2010년~2015년)
IBM GBS (2003년~2010년)
PwC 컨설팅 (2000년~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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