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자산 50조·AUM 1000조 돌파…숫자로 입증된 고객 신뢰
글로벌 ETF 전략, 미국·호주·인도까지 뻗은 ‘확장 스토리’
위기 속에서도 성과를 만든 박현주 리더십, 해외법인 수익 두 배 성장
“배려 있는 자본주의” 실천…박현주 철학이 쌓아올린 사회공헌과 신뢰
"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존에는 없던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2025년 2월 미국 하와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글로벌 ETF 임직원 300여 명 앞에 나섰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홍콩 등 각지에서 날아온 이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자리에서 그는 '킬러 프로덕트(Killer Product)'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단순한 격려도 공수표도 아니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숫자가 이를 방증했다. 같은 해 9월 1일 미래에셋증권의 연금자산이 50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퇴직연금 34조, 개인연금 16조, 납입원금 대비 평가차익 8조4000억원이 쌓였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의 1년 수익률은 12.48%로 전체 업계 1위, 5년 수익률 역시 5.66%로 업계 최상위였고, 확정기여형(DC) 1년 수익률도 12.17%로 1위를 기록했다. 연금자산 50조라는 숫자는 단순한 규모 경쟁이 아니라 고객이 미래에셋에 부여한 신뢰의 무게였다.
2025년 8월 25일에는 그룹 고객자산(AUM)이 1024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752조원, 해외 272조원을 합친 규모로, 2024년 말 906조원에서 불과 8개월 만에 118조원 넘게 불어난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이 549조원, 자산운용 430조원, 생명과 기타 계열사가 45조원을 운용하며 만들어낸 성과였다. 1997년 7월 자본금 100억원으로 출발한 회사가 이제 고객자산 1000조원을 굴리는 그룹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한국 자본시장의 상징적인 업적으로 남았다. 고객자산 1000조원 돌파는 단순한 장부상의 숫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 금융산업이 글로벌 무대로 확장해온 발자취이자,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이 집약된 성과로 평가된다.
◆박현주 '매직'=글로벌 확장과 성과 축적
박 회장의 서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극적인 장면들이 연속된다.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한 그는 45일 만에 대리, 1년 1개월 만에 과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샐러리맨 신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업과 투자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동원증권 중앙지점장, 강남본부장을 거쳤고,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창업자본금 100억원으로 미래창업투자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세워 본격적으로 증권업에 뛰어들었고, 2001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 해외 운용법인을 홍콩에 세우며 글로벌화를 선언했고, 2016년에는 대우증권을 인수해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로 통합했다. 2018년 증권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그룹 글로벌전략책임자(GSO)로서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또 한 번의 승부를 걸었다.
글로벌 무대는 그의 실험장이자 성과의 무대였다. 2003년 홍콩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 베트남, 영국, 중국 등으로 뻗어나간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11개국 20개 지점을, 자산운용 계열사는 19개국 법인과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를 '선 운용, 후 증권' 전략이라 불렀다. 자산운용으로 기반을 닦고 증권사가 후속 진출하는 방식이다.
2024년 11월에는 인도 10위권 증권사 쉐어칸을 47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증권사가 인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첫 사례였다. "인도에서 미래에셋의 두 번째 20년을 여는 출발"이라고 외친 그의 말은 선언처럼 들렸다. 인수 100일을 맞아 열린 비전 선포식 자리에서는 지점장 133명을 포함해 350여 명의 핵심 인력이 모였고, 3800명의 임직원이 함께 'Shaping The Future Together(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박 회장에게 ETF는 미래에셋을 세계 무대로 확장시킨 핵심 무기였다. 글로벌X를 앞세운 박현주의 ETF 전략은 미국, 호주, 캐나다, 홍콩 등지에서 뿌리를 내렸다. 2024년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3개 지역에서 624종의 ETF를 운영하며 총 202조원을 굴렸다. 미국 '글로벌X'만 70조원 규모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운용하는 ETF 자산은 232조원으로, 한국 전체 ETF 시장 규모인 226조원을 뛰어넘었다. 박현주는 하와이 컨퍼런스에서 "킬러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단기적인 숫자가 아니라 장기적 신뢰와 브랜드 구축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실적은 위기 속에서 빛났다. 2024년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1589억원, 순이익 8936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영업익 1조 클럽에 복귀했고 2025년에도 '1조 클럽'을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5년 1분기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119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홍콩 등 선진시장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 거둔 이익만 33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배 이상 늘어나며 해외에서 저력을 과시했다.
아울러 올해 6월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래에셋증권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2024년 3월 하향 이후 1년 3개월 만의 변화였다. S&P는 국내 업황 회복과 글로벌 수익기반 확대를 근거로 들며, 청산결제와 ETF 거래 등 선진국 시장 기반 수익원 확보, 2024년 쉐어칸 인수를 통한 인도 내 WM·중개업 확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ROAA(연환산)는 2023년 0.3%, 2024년 0.7%, 2025년 1분기 0.8%로 3년 연속 개선됐다.
AI와 디지털 금융은 글로벌 확장을 이끄는 전력이 되고 있다. 2023년 호주 1위 로보어드바이저 '스탁스팟'을 인수했고, 미국에는 AI 기반 자문법인 '웰스스팟'을 설립해 ETF 자문과 운용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서 본질은 뭐냐"…'배려' 있는 자본주의, 숫자 너머의 이야기
박 회장의 경영철학은 단순하다. 뮤추얼펀드, 해외펀드, 사모펀드(PEF) 등 국내 자본시장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안긴 금융상품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는 단기 수익보다 고객의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했다. 박 회장은 직관과 본질을 강조하며 승부사적 기질과 동물적 투자감각으로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배려 있는 자본주의"를 외치며 기부와 사회공헌에도 힘을 기울였다.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조직개편에서는 1980년대생 여성 임원들을 다수 발탁해 전체 임원의 20%를 여성으로 채웠다. PWM부문 김화중 부문대표(상무), 글로벌전략팀 문지현 상무, M&A팀 이제은 이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조직 다양성과 글로벌 감각을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사회공헌 활동에서는 "최고의 부자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는 철학 실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10년부터 15년간 배당금 전액을 기부해왔으며, 2024년 배당금 16억원 역시 미래에셋공익법인을 통해 인재 육성에 쓰였다. 2023년 말에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재단 기반을 강화했다. 1998년 부모의 유지로 설립된 미래에셋희망재단은 지금까지 누적 사회공헌사업비 1069억원을 집행하며 국내 대학생 장학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5년 현재, 연금 50조, AUM 1000조, ETF 232조라는 성과가 쌓였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그래서 본질이 뭐냐"는 질문을 던진다. 숫자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흔적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고객의 시간에 투자하는 기업만이 고객의 시간으로 성장한다는 믿음, 그 철학이야말로 미래에셋을 만든 '본질'이다.
■ 이력
1986년 동원증권
1997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설립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설립
1999년 미래에셋증권 설립
2003년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설립
2003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설립
2005년 미래에셋생명 출범
200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설립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법인 설립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외펀드(SICAV) 룩셈부르크 설정
2011년 세계1위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인수
2011년 캐나다 선두 ETF운용사 '호라이즌ETFs'인수
2015년 미래에셋생명, 유가증권 시장 상장
2016년 미래에셋대우 출범
2017년 미래에셋생명, PCA생명 인수 승인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Global X 인수, 베트남 운용사 법인 설립
2019년 일본 합작법인 Global X Japan 설립
2020년 네이버파이낸셜 8,000억원 전략적 투자
2022년 호주 운용사 ETF Securities(현 Global X Australia) 인수
2023년 그리스 GHCO 인수
2023년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 Stockspot 인수
2023년 인도 Sharekhan Limited 인수
2023년 Global Strategy Officer(GSO)(현)
2024년 7월 AIB 올해의 국제 최고 경영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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