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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단양역에서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상진교를 지나자 한달음에 단양이었다. 차창 밖에는 봄새 개나리가 물들고, 검붉은 바위 사이로 어린 소나무들이 달려와 포옹하려 하였다. 암벽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강물처럼 떠들고, 자유로운 발견들을 생각하며 나는 가벼운 발걸음을 단양역에 내딛었다.

 

아름다움은 인식되는 곳에 있다고 했던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어느새 '퇴계 익스프레스'로 빙의한 사이, 단양역은 관심 기울이기를 연습하는 평생학습의 장이 되었다. 대합실을 나와서 작은 광장의 한 귀퉁이에 놓인 시비(詩碑) '팔경가에서', 단양의 조남두 시인은 '퇴계 선생 기침소리'를 산골짜기의 바람소리, 정신의 어지러움에 비유하여 새겨 놓았다.

 

단양에서 짧은 기간 군수로 지냈던 퇴계 선생은 평생 동안 학습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쁨이 솟아나고 눈이 열렸다'고 하였다. '오래 두고 책을 읽고, 학습하니 점차 의미를 알게 되어 마치 들어가는 길을 얻은 것 같았다'고도 하였다. 지금은 단양역 광장에서 저 멀리 한 눈에 들어오는 만천하 스카이워크의 꼭대기에 퇴계 선생의 기침소리가 걸려 있는 듯하다.

 

단양역에서 곧바로 시루섬이 보이지는 않았다. 퇴계 선생의 후대 군수로, 지금은 군민들이 직접 선출한 김문근 단양군수의 '시루섬, 그날'의 충격을 감수하려면, 그 섬을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다.

 

시루섬은 1972년 사흘간 폭우로 물에 잠긴 지 오래됐지만, 그 때 198명의 주민들이 6m 높이 지름 5m의 물탱크에 올라가 14시간을 버텼던 기적은 지금까지 모두 생환되었다. 50년이 지나고 단양중학교 학생 198명이 똑 같은 지름의 면적에 올라타는 실험을 했다. 이렇게 단양은 '함께 살기 위한 학습'의 고증이 되었다.

 

단양역에서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것은 단양강을 따라가는 물길 여행이었다. 혹시나 단양쑥부쟁이를 볼 수 있을까? 야생화 칼럼리스트 김인철은 강원도 봉평에서 대화까지가 메밀꽃의 달빛 소나타라면 충북 단양에서 여주까지는 단양쑥부쟁이의 보랏빛 월광이라고 했다. 다시 가을이라면 단양강에 지천인 쑥부쟁이를 따라가다 도담삼봉을 만나겠지. 거기서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유년의 학습을 하면서 삼봉이라는 호를 얻게 되었고, 1890년엔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이 조선기행의 학습을 하면서 도담봉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겠지. 루소가 '세계는 여자의 서적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버스는 단양읍내에 멈추었다. 구경시장을 한참 기웃거리다가 단양군평생학습센터를 향했다. 벌써 많은 인생작품들이 테이블 위에 전시되어 있었고, 학습자들의 눈빛은 삶의 이야기를 회상하느라 분주했다. 3D프린터로 생활작품을 만드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단양의 토종벌 소초광이 3D 프린팅으로 실현되고, 쌀을 담는 터보깔때기에서부터 악어안경 받침대까지 그야말로 인생의 걸작들이다. 그렇게 단양은 여행이 되고, 여행은 학습이 되었다. 포퍼의 말처럼 '모든 형태의 자유 중 가장 고귀한 자유는 지적 자유'이지만 그것은 단양을 여행하면서 누릴 수 있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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