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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교양하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책을 읽다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내 딴에는 영감을 불러오는 글귀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기억력을 믿을 수 없으니 지면의 모서리를 살짝 접어, 작은 삼각형을 만들어 놓는다. 기억을 되찾기 위한 일종의 징표를 만든 것인데, 교육학에서는 이를 파지(把持), 영어로는 리텐션(retention)이라고 부른다. 즉, 꽉 움켜쥐고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최근 한달 사이에 이렇게 파지하고 싶은 말을 꼽는다면 '교양하다'가 있다. 먼저 아내가 칸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낸 게 한 달쯤 되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다가도,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다가도 '칸트의 철학'을 얘기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아내가 몰입해 보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철학은 모두 칸트로부터 시작한다?'인가, 서울대 김상환 교수의 교양강의였다.

 

그렇게 아내에게서 유튜브로, 다시 김상환 교수의 강의를 통해 지각된 칸트는 필자의 두뇌 어디인가, 마치 책의 모서리를 접어 놓은 것처럼 기록해 두었던 정보의 파편들을 연결시켜주었다. 그 게 바로 '교양하다'이다.

 

'교양하다'는 한국어 칸트전집 19번째 교육학 16쪽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임마누엘 칸트가 한 말이라기보다 번역자인 백종현 교수의 역자 서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단어이다.

 

백종현 교수는 번역을 하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있지만 한국어를 새롭게 인식하는 행운을 얻는다고 했다. '칸트의 교육학'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교양하다'라는 동사를 새롭게 익혔는데, 스스로 대견한 발견이고, 앞으로 쓰임새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글들이 나란하게 줄지어 있는 16쪽의 왼쪽 윗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는 것을, 필자는 그렇게 몇 년만에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교양하다'는 표준국어사전에 어엿하게 자리잡고 있는 표준말이다. 그 뜻은 '가르치어 기르다'로 나온다. '칸트의 교육학'에서는 독일어 'Bildung'을 '교양'으로 쓰면서 그의 동사형인 'bilden'은 종래에 '도야하다', '형성하다'로 번역했던 것을 '교양하다'로 바꾸어 쓴다고 했다. 명사 '교양'과 동사 '교양하다'를 대응시킬 수 있어서 좋았고, 사장되어 가는 한국어 낱말을 찾아 활용하는 것도 좋은 길이라고 했다.

 

칸트에게 '인간은 교육해야 할 유일한 피조물'이다. 그리고 교육은 양육과 훈육, 그리고 교양을 뜻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유아-생도-학도가 된다. 칸트의 생존 시기로 따지면 16살에 대학에 갔고, 20대 성년이 되면 교육이 끝난다고 했으니 교양도 양육과 훈육처럼 부모와 교사의 몫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칸트가 예견했듯 교육은 수많은 세대를 통해 실행되고, 앞 선 세대의 지식들을 전수받는 것이다 보니 교육의 앞 자리에 평생이라는 말을 내어 주게 되었다. 바로 평생교육이다. 양육과 훈육의 기간도 훨씬 길어지고, 교양은 더더욱이나 평생 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가 교육학의 원류로 추종했던 '루소의 에밀'도 이참에 한번 회상해 보자. "성인을 지도하려면 아이를 지도한 것의 반대로 해야 한다."

 

그 동안의 교양이 아이를 이끄는 것이라면 성인은 자기주도적으로 교양을 해야 한다. 스스로 소질을 끌어내고 키우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교양하다'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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