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여당의 당론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착각할 수 있겠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입을 모아 어제 했던 말이 오늘은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
여당 소속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벌어진 여권 분열 사태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는 호재로, 국민의힘에는 악재로 작용하자 손바닥 뒤집듯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전날(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을 나가줄 것을 촉구했던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자신이 성급하게 나섰다며 탈당 요구를 철회했다.
함운경 후보는 2일 오전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를 한 이유에 대해 "이재명의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국민들 인기를 얻는 현실에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이들은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지금 나온 거다.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볼 때는 크게 잘못한 것도 없지만 몇 가지 행태나 대통령이 취해야 할 태도나 이런 걸 보고서 그것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가지고 정권 심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런 현실에 더욱 활용되는 것이 의정 갈등이었다"며 "그런 것에 대해서 저런 태도를 취하면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만 더 불을 붙이니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윤석열 정부에게도 좋고 국민의힘에도 좋고 이런 취지에서 탈당 요구를 했던 거다"고 해명했다.
앞서 함 후보는 지난 1일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 진행 도중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집중하라"면서 "대통령의 책무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것인데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였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다.
함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이 전날(1일)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집단행동이 아닌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하는 게 마땅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데 따른 것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당을 떠나라고 했던 함 후보는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윤 대통령 탈당 요구는 자신의 실수였다고 밝혔다.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함 후보는 "제가 사실 그 담화 내용을 다 듣기 전에 너무 화가 나가지고 그런 글을 썼다"며 "성태윤 정책실장이 '대통령의 본뜻이 사실은 사회적 타협기구를 통해서 정원 문제를 포함해서 다 조정을 하겠다' 이렇게 얘기한 걸 들으니 제가 먼저 성급하게 나갔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은 저 같은 사람도 과감하게 얘기할 수 있고 저를 혼내키는 대구시장 홍준표 시장님도 있다"며 "민주당은 찐명 정당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정당"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한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고 선을 긋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돌연 태도를 바꿔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2일 오전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열린 지원유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에서 빼내겠다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세력들과 국가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서는 '상황이 이렇다저렇다' 누구를 손가락질하지 말라"며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양온천역에서 진행된 지원유세에서도 한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건 전선에서 우리끼리 핑계 대지 말자"면서 "부족한 게 있다면 다 제 책임이다. 여러분, 이럴 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해당 발언은 전날(1일) 오후 한 위원장이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지원유세에서 "지금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이 있을 거다.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온 지) 100일도 안 됐다.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냐"며 책임 소재를 회피하는 듯한 말을 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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