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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산업일반

점점 거세지는 정부 탄소중립 목표…산업계 "공장 멈춰야할 상황" 초비상 사태 우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환경 중요성도 알고 있지만 정부 탄소 중립에 맞추려면 기업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오는 2030년 온실가스를 40% 줄이고,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급발진 탄소중립 목표를 확정하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과도한 목표 수립으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물론 국민의 부담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 "탄소중립 맞지만 지원책도 마련돼야"

 

정부가 초안보다 더욱 강력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경제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상의는 "탄소중립은 인류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가야할 길이므로 정부와 기업이 적극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도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지난 8월 발표한 초안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순배출량 '0'안이며 특히 산업부문 배출량은 초안보다 더욱 강화된 수준으로 설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 및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향후 혁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30년 NDC 상향안과 2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산업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로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월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이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 분석 없이 정부와 탄소중립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계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반드시 중소기업 업종별 단체를 활용한 현장 의견수렴과 함께 금융·세제, 시설투자 등 관련 지원정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세심하고 공정한 탄소중립 정책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도 "탄소중립 대응은 개별 기업은 물론 산업계 전반의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거대한 과제"라며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목표 하달식 정책으로는 생산 위축과 투자·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기업 부담 가중

 

국내 기업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규모를 2018년 배출량(2억6050만톤) 대비 80.4% 줄여야 한다. 산업계는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과 맞물려 2030년까지 3790만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다시 2050년까지 1억7150만톤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특히 NDC 상향안 확정으로 당장 내년부터 기업의 탄소배출권 구매비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 역시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었다.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요청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과속 정책'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철강업계은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제강, 심팩 등 6개 철강업체는 공동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선것도 이같은 영향이 크다. 다만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는 2040년에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소환원제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설비 투자 비용만 4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기업들마다 배출권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배출부채는 4200억원 정도인데, 기업마다 배출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출부채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배출부채는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쌓아두는 충당금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부채 규모 상위 5개사가 재무제표에 반영한 올해 상반기 배출부채는 누적 기준 총 4196억원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배출부채가 가장 많은 곳은 기아로 2169억원이다. 이어 현대제철은 1339억원, 포스코는 422억원의 배출부채를 반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태생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탄소 중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철강업체들이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개발과 비용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해서는 또다시 추가 비용이 발생해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료 인상 불가피…국민 부담 가중

 

탄중위가 의결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2개 시나리오는 공통으로 석탄발전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존의 3개 안 중 2050년에도 석탄발전소 7기를 운영하도록 한 나머지 1개 안을 폐기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6.6%에서 최대 70.8%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원전은 6.1%까지, 석탄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각각 0%까지 낮췄다.

 

이에 에너지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주장해왔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기상 조건 등에 따른 발전량 변동) 등 문제점과 기술 발전 수준을 고려하면 석탄발전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발전단가와 비용 부분은 고려햐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1kWh 기준으로 원전이 59.7원, 석탄이 81.6원, LNG가 99.3원이었고, 신재생에너지는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149.4원에 달했다.

 

신재생에너지는 단가가 원전의 3배, 석탄발전의 2배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대 뿐 아니라 백업 설비인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송·배전망 설치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에 따른 비용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민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발전원가가 저렴한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가격이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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