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족 등으로 수요가 주춤하면서 가격 하락이 본격화한 것. 다만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조만간 다시 호황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4분기에는 전분기보다 3~8% 떨어지기 시작하고, 하락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가격 하락이 평균 15~20%에 이른다는 전망이다.
가격 하락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비트 단위로 수요가 16.3% 증가하면서 공급 증가율인 17.9%를 넘어선다는 예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평택 2라인 가동을 본격화는 등으로 공급량을 19.6%나 늘리면서 수요를 한참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D램 수요가 공급 증가 수준에 미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들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메모리 수요 역시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
당장 메모리 시장 '큰 손'인 애플이 아이폰 13 생산 목표를 대폭 줄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연내 생산 목표를 최대 1000만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 내년에도 생산량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업체들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스마트폰 등 IT 기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갤럭시 Z 플립 3가 대표적, 갤럭시 S21 FE도 반도체 부족으로 출시가 취소됐다는 추측이 나온다.
반도체 부족 현상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가 여전히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도 전력난 등으로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등 반도체 후공정 시설이 밀집한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까지 일어나면서 반도체 공급은 더욱 지연됐다.
다행히 긍정적인 신호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북미권역 호세 무뇨스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최악을 지났다고 말했다. 3분기에 심각한 상황을 겪었지만, 이제 다시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전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현대차 등 완성차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 시설에 새로 투자하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비메모리 공급이 일부 정상화됨과 동시에, DDR5가 새로 출시되면서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인텔 차세대 서버용 CPU도 출시되면서 수요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업체 매출도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대신 생산량도 그만큼 늘어나면서다. 내년에는 새로운 팹 가동 계획도 많지 않아서 한동안 공급량도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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