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액 4.3조… 삼성생명 이어 2위
기관, 공모 규모 큰 탓 보수적 접근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크래프톤이 가격 희망범위(밴드) 상단에서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 규모가 밴드 상단 기준 4조3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몰이에 실패했으나 해외 운용사 등 일부 대형기관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한 만큼 이를 떨쳐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향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주당 공모가는 49만8000원에 책정됐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금액은 4조3098억원,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이다. 고평가 논란이 계속됐던 터라 최종 공모가가 어느 수준으로 정해질지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회사 측이 제시한 밴드(40만원~49만8000원) 상단에서 결정됐다.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공모가 범위를 처음에 제시한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10%가량 낮춘 바 있다.
최종 수요예측 경쟁률만 놓고 보면 243대 1 수준으로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분류됐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결과다. 카카오뱅크와 SD바이오센서, HK이노엔 등 IPO 기대주들의 경쟁률이 1000대 1을 가뿐히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그동안 공모주를 많이 받으려는 기관투자자들이 희망공모가 최상단 이상을 제시하며 인수 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써냈으나 이번만은 얘기가 달랐다.
하단도 다수 나왔다는 후문이다. 높게 형성된 가격과 공모가 상단 기준 4조3000억원에 달하는 큰 공모 규모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크래프톤의 공모 규모는 삼성생명(4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공모 규모가 큰 탓에 기관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운용에 제한이 있는 소규모 펀드 입장에선 하반기에 여러 수요예측이 몰려있던 만큼 공모 규모가 큰 크래프톤에 굳이 많은 물량을 신청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지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아직 적정 가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대형 공모주들의 흥행 지표로 인식됐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서 형성된 뒤 상한가)도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상에 성공할 경우 크래프톤의 시총은 30조원을 돌파하며 넥슨(21조1500억원)과 엔씨소프트(17조7600억원)을 넘어 단숨에 국내 게임 대장주로 직행한다. 주가도 130만원에 달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첫날 따상 혹은 비슷한 수준의 급등이라면 기대신작의 잠재가치를 감안하고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장 후 유통시장에서의 추가 투자 여부는 상장 직후 주가 흐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크래프톤의 가격은 58만원 선이다.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보다 17% 가량 높은 수준으로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다음 달 6일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주당 11만원 대에 거래됐으나 결국 3만3900원에 공모가가 책정됐다.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엔젤리그 관계자는 "장외주식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사례도 많다"며 "기대감이나 거래가 적다는 희소성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된 비상장주식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2018년 이후 연평균 매출 성장률 22.1%, 영업이익 성장률 60.5%를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 당기순이익 556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3.6%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5.4%, 99.5%씩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 당기순이익 1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의 약 94%(4390억원)가 해외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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