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시총5000억 이상 기업
기관 한 곳에 A등급 이상 획득시 예비심사
"기업 상장하는데 불편요소 줄인 것"
한국거래소가 증시입성 문턱을 대폭 낮췄다. 시가총액이 1조원 넘는 '유니콘' 기업을 코스닥으로 유인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데뷔를 본 마켓컬리, 두나무, 카카오엔터 등도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에서 사세를 키운 기업이 미국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각의 우려 속에서도 코스닥시장 만큼은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특례상장 제도를 넓혀가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시총 1조 이상 사전평가 절차 생략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5000억원 이상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기술특례 인정 절차가 기존보다 대폭 완화된다. 증시 입성 문턱이 대폭 낮아지는 것. 이 같은 조치는 오는 26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기술특례 상장을 하기 위해선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전에 외부 복수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야 했다. 여기서 A나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예비심사 청구 자격이 주어졌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이제 몸집이 큰 우량 기술기업은 이 같은 수고를 덜게 됐다. 시총 5000억원 이상 기업은 기관 한 곳에서 기술평가 등급 A 이상만 받으면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1조원이 넘으면 아예 사전 평가 자체가 생략돼 곧바로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된다. 기술평가는 거래소가 선정한 학계와 연구기관 등 외부 전문가의 기술 심사 회의로 대체한다.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총이 성장 잠재력 검증의 주요 잣대로 인정된 셈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플랫폼, 바이오 등 우량 유니콘 기술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데 절차적 불편 요소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사전 외부 기술평가 절차 없이 상장이 가능한 유가증권시장과의 절차적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특례 상장사 대폭 늘어난다
이번 절차 완화로 기술특례 상장기업들이 올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2사였던 기술특례 기업은 2016년 10사, 2017년 7사로 주춤했다가 2018년(21사)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9년 22사, 2020년 25사 등이 성장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상장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1분기에만 지난해 절반 수준인 12곳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스타기업'들을 끌어 들일 수 있을 만한 유인책이 생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사전에 외부 기술평가 절차가 없어도 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한 코스피시장과의 절차적 불균형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치마크로 삼은 미국 나스닥 시장처럼 코스피 시장을 잇는 '2부리그'라는 인식을 깨고 하나의 시장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기대로 볼 수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수조~수십조원 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비바퍼블리카, 카카오페이지 등이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경우만 해도 시장성격상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에 있는 게 맞는데 몸집이 큰 벤처·기술기업이 코스피에 직상장하려는 근본적 이유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 인식 때문"이라며 "잠재력 있는 혁신 기업들의 코스닥 이탈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 보호 괜찮나" 우려도
다만 증시에 진출하는 특례상장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지 않는 기업도 많은 만큼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의구심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일례로 한 때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던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모두 기술특례 상장사들이다. 각각 경영진의 횡령·배임이라는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와 세전손실 지속으로 상장폐지 기로에 섰던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허위자료를 바탕으로 식품의약안전처 허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청약을 유인해 상장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상황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코스닥 개별 기업에 내재된 위험을 인지해 분석하고 감내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투자자는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이 다른 상장종목에 비해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거래소도 이러한 우려를 알고 있다. 기업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평가와 관리방안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절차개선과 별도로 기술특례 상장사들의 상장 이후 건전성 동향 등에 대한 종합분석을 하기로 했다"며 "분석결과를 토대로 기술특례 상장과 관련한 건전성 제고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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