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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리더의 책장] 양지훈 변호사가 추천한 한권의 책 '아티스트-곽경수의 길'

양지훈 변호사

"노인은 모든 것을 믿고, 중년은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젊은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곽경수',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하며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를 꼽자면, 웹툰으로 연재된 후 묶여 나온 '아티스트 1, 2'(마영신, 송송책방)가 있다. 소설가 신득녕과 뮤지션 천종섭, 화가 곽경수가 주인공인 이 문제적 만화는, 실패한 40대 중년 예술가들의 처연한 자의식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들의 일상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그들의 좌절 역시 너무 현실적이어서, 한국 중년 남성의 욕망이란 이런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 세 주인공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인 '곽경수'의 외전, '아티스트-곽경수의 길'(마영신, 송송책방)을 읽었다. 가장 지질한 중년으로 묘사되었던 화가 곽경수가 어떻게 현재의 곽경수가 되었는지, 그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아티스트 곽경수는 주변인의 성공에 가장 배 아파하는 실패한 중년이자, '한남충'의 상징이다. 그러나 곽경수가 원래부터 그 지질한 곽경수는 아니었다(모든 한국의 40대 아재들 역시 '순수한 영혼'으로 태어났다).

 

그의 청소년기의 중심에는 말도 안 되는 학교폭력이 있었다. 한 반에 60명씩 있었던 학교에선 지금과 같이 일진에게 당하는 폭력뿐만 아니라,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되었다고 딸기를 변기물에 씻어 먹이거나, 지각을 이유로 몽둥이로 패는 선생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의 장면들 하나하나가 다 이상했는데, 신체검사에선 옷을 모두 벗은 채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고, 대변을 제출해 검사받아야 했으며, 장작이나 우유를 나르는 당번의 의무가 있었고, 노비가 된 것처럼 학교 청소를 해야만 했다.

 

아티스트-곽경수의길, 송송책방, 248쪽, 1만 6000원

무엇보다 과거의 곽경수는 풋풋한 사랑을 할 줄 알았고, 어떤 사심 없이 일과 사람을 대하는 천진한 젊은 시절이 있었던 인물이다. 다만, 노동자로서 경수는 수십 년 전 미술학원 알바 시절에도, 현재의 영화판에서도 돈을 떼어먹히는 현실 앞에서 '이게 무슨 예술이야, 공장이지'라고 되뇌며 무력할 뿐이다.

 

세월에 풍화된, 망한 곽경수가 여기 있다. 순수한 영혼이 지금의 곽경수로 타락한 것에 대해 그 자신에게 책임을 묻자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죄'가 우선하지 아닐까. 그는 그저 세월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을 잃어가며, 이룬 것 없이 나이를 먹었고, 이젠 스스로 '마음의 준비도 안 했는데 다들 떠나'간다.

 

40대 한국 남성 독자가 곽경수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 풍진 세상을 경험하는 우리가 그를 응원하는 일이란 어떤 대성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곽경수만의 진짜 '아티스트의 길'을 소망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곽경수가 결국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을 거쳐, 어떤 각성을 통해 스스로를 '한남 꼰대'라고 인정한 후에야 자신만의 전시를 개최하게 된다(다소 안심이 되는 결론이다).

 

"그러니 당신도

 

부디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림자를 가진 인간은

 

누구라도 자신의 그림을 가진 화가이며

 

그러니 그

 

그림자라는 그림을 위해

 

그저 봄날

 

단 하루"

 

- 소설가 박민규('곽경수 전시회에 부쳐' 중)

 

양지훈 변호사는 다음 글쓰는 이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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