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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기자의 一問日答]한정화 한양大 교수 "정부, 코로나로 인한 산업위기 '실용주의 정책'으로 풀어야"

중기청장 출신…정부의 '세 가지 착각' 요목조목 지적해

 

"모든 정책, 선과 악 구분 말아야…최선 아니면 차선으로"

 

논문만 쓰고 지원금 타는 대학 NO, '기업가형대학' 제시

 

"귀농·귀촌있는데 '귀공'도 중요, 자영업자 제조현장으로"

 

한정화 한양대 경영대학 특훈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이러고도 나라가 있는 것은 하늘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갈수록 '시계제로' 상태인 지금의 산업 생태계를 진단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중소기업청장 출신인 한양대 한정화 교수(사진)가 대뜸 한 말이다.

 

조선시대 영의정 출신인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을 겪고난 후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해 쓴 징비록에 담긴 이 말은 그가 최근 한 강의에서 인용한 문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인간의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경영대 교수,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코스닥상장심사위원회 위원장, 한양대 경영대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장을 거쳐 지난 정부에서 13대 중기청장을 역임하며 학계·정부에서 두루 족적을 남긴 그에게도 코로나19라는 복병이 가져온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혜안을 선뜻 내놓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 교수는 "과거를 돌이켜보면 분명 답이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업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좀더 강력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정부는 이들 기업을 돕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교수는 현 정부가 벗어나야 할 몇 가지 '착각'에 대해서도 요목조목 꼬집었다.

 

또 자신이 수 십년간 몸담아 온 대학 사회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재를 키우고, 기술을 전수하는 대학이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타먹는 것에만 안주하지 말고, 국가의 미래와 사회를 위해 스스로 길을 찾아야한다면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기존 대학평가시스템도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년을 마치고 다시 '특훈교수'라는 직책과 함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KCERN(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등을 맡으며 여전히 왕성하게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한정화 교수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집무실에서 만났다.

 

중기청장을 역임한 후 그가 쓴 책 '대한민국을 살리는 중소기업의 힘'은 중소기업계의 교범이 되다시피 했다.

 

한정화 교수. /김승호 기자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힘든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려운 때 일수록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을 돌아보면 우리에겐 수 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 때마다 우리는 개척정신, 도전정신, 극복정신 등을 통해 역경을 이겨왔다. 이를 (산업 관점에서)말하면 '기업가정신'이라고 한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지금을 극복해나가야한다. 그런데 정부가 방향을 조금 잘못 잡았다.

 

-정부가 어떻게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말인가.

 

▲기업들이 잘 뛸 수 있도록 의욕을 주고, 기업인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도 더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이 하는 이야기도 옳다. 그러나 정부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줘야한다. (시민단체나 노조에게)당하는 기업 입장에선 이것이 다 부담이다.

 

-지적하신 내용에 대해 좀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정책을 좋은 뜻에서 했는데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는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원자력은 '나쁜 것'이고, 태양광은 '좋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원자력이나 태양광이나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당초 의도는 집 없는 저신용자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내놨다. 하지만 과도한 신용창출이 일어났고 거기에 탐욕과 무지가 결합하면서 재앙을 가져왔다.

 

그래서 경제문제는 실용주의로 접근해야한다. 실사구시 관점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나쁜 것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점을 극대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거나,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실용주의 정책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우선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었으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맞는 정책을 펴야한다는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한다. 우리는 해외시장 의존도가 GDP의 80%가 넘는다. GDP의 3분의 1을 디스카운트해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해외에서 100조~200조원을 팔았다고해도 대부분이 해외생산이어서 우리의 내수와 연결이 안된다.

 

수출의 고용유발계수가 최근 20년 사이에 5분의1로 줄어들었다. 우리를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인 OECD 국가라고 생각해 근로시간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의 정책을 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명분은 좋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제조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사람을 구하기 힘든 3D업종이 많다. 그래서 3D업종 대부분을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들은 받는 임금 대부분을 자기 나라로 송금하기 때문에 내수하고도 연결이 안된다. 이게 현실이다.

 

 

 

-정부가 범하고 있는 또 다른 착각이 있나.

 

▲ '정부가 강력한 권력을 갖고 제도를 바꾸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물론 제도를 바꾸면 시장을 움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인간의 욕망이 모여있는 곳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나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자꾸 '선과 악'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노조의 권리를 강화하면 노동자가 잘 살 수 있다'는 것도 착각 중 하나다. 이는 노동기본권도 없었던 국민소득 2000만~3000만달러 정도 하던 70~80년대나 맞는 이야기다.

 

근본적으론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한다. 그래야 부가가치도 생기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또 좋은 일자리는 좋은 기업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마치 기업들이 유보금을 많이 쌓아놓고 이를 나눠주지 않아 노동자가 못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은 지금과 같은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정화 교수./김승호 기자

-말씀대로라면 정부가 여러 착각을 하고 있고, 정책 오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은 굴러가야 한다. 이런 환경속에서 기업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들은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그중 하나가 경쟁력 없는 사업들을 파는 등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턴어라운드 전략은 항상 몸집 줄이기부터 시작한다. 현금을 확보해 버티고 시장이 돌아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M&A를 하고, 턴어라운드가 될 때까지 구조조정을 통해 버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위기때를 생각해보면 국내가 어려울 땐 해외가 대안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엔 해외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시장을 말씀하셨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밸류 체인(GVC)에도 균열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GVC의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인가. 또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코로나19는 중국이 갖고 있는 리스크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에 대해 각 나라들이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GVC에서 중국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높은 인건비, 노조 문제 등으로 GVC 이슈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대신 베트남 등을 포함한 아세안이나 인도 등이 좀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GVC 변화에 따른 리쇼어링(본국회귀)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회사들의 기업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중소기업인이 "리쇼어링보다 기업을 (해외로)안나가게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한다.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입주해있는 노후산업단지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노후산단은 정주여건이 좋지 않다. 이들 노후산단을 주거, 교육, 보육, 문화 등의 인프라를 갖춘 산단으로 탈바꿈시키면 결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 임금격차 문제를 서서히 완화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목돈마련을 돕고, 장기재직 문제도 꾸준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으론 분명 한계가 있다. '역소득세'도 하나의 아이디어다.

 

한정화 교수./김승호 기자

-최저임금을 언급하셨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주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중소기업인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 때문에 쉽지는 않은 문제다. 하지만 앞서서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주는 임금은 우리나라 내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국인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외국인 근로자를 서서히 줄이고 내국인으로 대체해야 한다.

 

귀농, 귀촌도 있는데 왜 '귀공'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20만~30만명의 일자리만이라도 내국인으로 대체하기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코로나19가 자영업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자영업자들에게 전직을 유도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 (외국인 근로자 등이 차지하고 있던)일자리에서 내국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강조하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가 싶지 않을 것 같다.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코로나19가 많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업가정신의 돌파구를 대학에서 찾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미국 등은 기업가정신의 기반이 지역 대학에 있다.

 

한국은 대학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대학의 혁신이 더디다. 혁신을 했다고 해도 상업화로 연결되는 비중이 매우 떨어진다.

 

이는 대학 R&D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를 내고, 특허를 등록하면 정부에서 돈을 주니까 지도교수가 돈을 받아 랩을 운영하고, 대학원생을 활용해 논문을 더 내려고 한다. 교수는 논문인센티브도 가져간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 대학 R&D로 들어가 사업화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대학이 사업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냐를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가업가형대학'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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