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주·통신·유틸리티까지 모두 폭락
-힘 못쓰는 방어주, "약세장 진입했다는 신호탄"
주식시장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안정성을 담보할 피난처도 사라졌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집에만 콕 머물러 있는 생활양식 때문에 수혜가 예상된다며 생겨난 신조어인 '집콕주'도 이달 들어 급락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전통 방어주로 대표됐던 통신·유틸리티 종목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경기 방어주 성격을 지닌 종목들의 추락은 전반적인 시장 자체가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지난 4일 72만원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엔씨소프트의 상승세는 꺾였다. 그때 이후로 쭉 내리막길을 타더니 11거래일만인 19일 53만원까지 추락했다.
엔씨소프트뿐만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신흥 방어주로 주목받았던 게임 업종도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게임주의 대표주자 격인 네오위즈(-21.48%)와 펄어비스(-8.98%) 등도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신작 출시를 앞둔 넷마블 정도가 기대감에 힘입어 2%대로 소폭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가 이달 26.64% 하락한 것에 비해선 선방했지만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플레이 시간이 증가하고 매출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 돼 있는 것은 분명함에도 코스피지수가 연일 폭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자금이 빠진다면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빠지며 일정 부분 경기방어주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주와 함께 주목받았던 2차전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럽 주요국들의 정책적 수혜에 힘입어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시장에 큰 수요가 예상됐으나 유럽 전역이 코로나19 확산세에 몸살을 앓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뉴욕증시 대폭락 속에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7.12% 폭락한 소식이 날아든 19일 국내 2차전지 관련주 역시 폭락했다. 대형주인 LG화학(-17.86%)과 삼성SDI(-17.38%)를 비롯해 엠플러스(-29.31%), 신흥에스이씨(-23.60%), 일진머티리얼즈(-21.43%), 포스코케미칼(-16.52%) 등이 크게 떨어졌다.
고문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그룹이 유럽지역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2차전지 업종 전체의 주가 약세를 불렀다"며 "전기차 배터리 수요 부진의 지속 정도와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통신주도 연일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통신주는 변동성이 적어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젠 그러한 통념도 깨진 분위기다. 통신 3사의 맏형격인 SK텔레콤은 19일 17만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락을 이어갔다. 이달 들어 16.83% 추락했다. 박정호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나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부양에 나섰음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25% 이상 주가가 빠졌다.
통신 3사 시가총액은 한 달만에 7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지난달 19일 18조1678억원으로 집계됐던 SK텔레콤 시가총액은 18일 14조5342억원으로 20% 빠졌다. 같은 기간 KT(6조5278억원→4조9611억원)와 LG유플러스(6조3309억원→4조4971억원)의 시가총액도 각각 20%, 29%씩 줄었다. 증발한 3사의 총 시가총액은 7조341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0달러선까지 내려앉으며 원가절감이 예상되는 한국전력은 요금제 관련 규제가 문제로 떠오르며 10일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9일 전일보다 850원(4.97%) 떨어진 1만6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경기 방어주들의 폭락을 약세장 진입의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안재민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자금이 빠지면 실적이 비교적 탄탄하다 하더라도 개별 종목들은 버틸 수 없다"며 "게임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빠지며 일정 부분 경기방어주로서의 작용을 하겠지만 현 장세에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경제 위축으로 기존 주도 업종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들까지 폭락했다"며 "증시가 반등 동력을 잃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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