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샴페인 '폴 로저' 오너 위베르 드 빌리(hubert de billy) 인터뷰
샴페인은 일종의 '치트키'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음식과도 어울려서다.
그렇다고 아무 샴페인이나 치트키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 안을 채우는 버블은 거칠지 않게 섬세해야 하며, 어디 하나 도드라지지 않은 균형감이 관건이다.
샴페인 하우스 '폴 로저'를 이끌고 있는 위베르 드 빌리(사진)는 메트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각 포도 품종과 떼루아가 가진 개성 자체를 최대한 순수하게 표현한다"며 "무겁지 않게 잘 균형잡혀 누구든, 언제든 마시기 좋은(approachable) 샴페인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 로저는 1849년에 설립됐다. 샹파뉴에 대한 거대 기업들의 인수 시도에도 폴 로저는 180년 가까이 가족 경영을 지켜오고 있다. 위베르가 5대손이며 6세대도 와이너리 경영에 합류한 상태다.
폴 로저는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왔지만 유명세를 본격 떨치게 된 것은 '왕실의 샴페인', '윈스턴 처칠이 사랑한 샴페인'으로 알려지면서다.
폴 로저는 195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직후 영국 왕실 인증을 수여받았으며, 찰스 3세 국왕 이후 2024년 5월에 왕실 인증을 공식 재승인 받았다. 폴 로저의 모든 샴페인에는 왕실인증서 공식 마크가 붙어있다. 특히 순백색의 라벨과 캡실로 '화이트 호일(White Foil)'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폴로져 상파뉴 브뤼 리저브'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도 사용됐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폴 로저 샴페인을 매일 마셨다고 알려졌으며, 자신의 경주마 이름도 '폴 로저'라고 지었을 정도였다. 폴 로저는 처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1984년 '뀌베 써 윈스터 처칠'을 출시했다.
유명세를 탔더라도 기본기가 없었다면 유행처럼 지나갔을 터. 폴 로저는 세대가 바뀌어도 양조 철학은 그대로 유지해 일관된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블렌딩 비율이다. 논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를 각각 3분의 1씩의 비율로 섞는다.
위베르는 "피노 누아는 과실과 바디감, 피노 뫼니에는 구조감과 숙성을, 샤르도네는 신선함과 시트러스 특징 등 각각의 역할이 있다"며 "정확한 시작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세 품종이 가진 개성과 구조감을 가장 균형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비율이라고 판단해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포도밭 소유 비율 역시 세 품종의 1대1대1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섬세함과 정교함이다. 병 숙성 후 침전물을 제거하는 데고르주멍을 2차례나 진행하는 이유다.
그는 "폴 로저는 포도 자체의 섬세한 캐릭터를 최대한 깨끗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며 "배럴 사용을 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한 번인 데고르주멍을 한 번 더 진행해 거친 요소를 제거하고 정제된 스타일을 완성한다"고 밝혔다.
이제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는 일만 남았다. 폴 로저는 일반 샴페인 숙성 기준인 논빈티지 최소 15개월, 빈티지는 최소 3년을 크게 뛰어넘어 논빈티지도 3~5년, 빈티지는 6~10년 숙성한다.
치트키답게 음식 페어링은 쉽다. 왠만하면 어울린다. 특히 한식을 비롯해 아시아 음식에 마시기 편한 것도 국내 샴페인 소비를 끌어올리는데 한 몫을 했다.
그 역시 "샴페인은 매우 유연한 음료"라며 "식사의 거의 모든 순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로제 빈티지 브뤼'는 매운 음식과도 잘 맞으며,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은 수개월 숙성한 콩테 치즈처럼 깊고 짭조름한 풍미의 숙성 치즈와 마셔보라고 추천했다.
아시아에서 폴 로저 수출 1위는 일본이다. 한국은 그 뒤를 이은 2위지만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의 폴 로저 매출은 연초 이후로만 전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이징 스타(Rising Star)'"라며 "역동적인 한국 시장을 더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수출 담당자가 하반기에 한 번 더 방한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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