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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인터뷰] "3·1운동, 간디에 영향 줬다"는 소설…인도사 교수가 말하는 '역사교과서의 불편한 진실'

"3·1운동, 간디에 영향 줬다"는 소설…인도사 교수가 말하는 '역사교과서의 불편한 진실'

독립기념관 제4전시관에서는 한국의 3·1운동이 인도를 비롯한 전세계의 민족해방운동을 이끌었다는 잘못된 내용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사진=독립기념관 홍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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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쪽에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역사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좌편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앞으로 나올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를 위한 것이라며 결사반대다.

그러나 역사교과서에는 이들 중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왜곡이 있다. 한국을 미화하려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 소설을 쓰는 일이다. 이런 식의 왜곡은 국수주의나 쇼비니즘이 탄생하는 토양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진영을 떠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란 게 문제다.

북미·유럽이나 일본·중국이 상대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상대국의 쟁쟁한 사학계가 두고 볼 리 없기 때문이다. 인도·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은 다르다. 한국 미화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이럴 경우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한국 학자들의 소양과 양심을 믿는 수 밖에 없다. 이게 안되면 국민은 바보가 된다.

메트로신문이 만난 인도사 교수의 경험담에는 국민을 수십 년 동안 바보로 만든 과거 국정 역사교과서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다시 국정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니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다. 같은 오류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인도사).



20일 부산외국어대 이광수 교수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이야기를 하면서 3·1운동을 언급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역시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가 나온다. 이 교수는 "몇 년 전 일이다.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관한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한 마디 했다. 한국의 1919년 3·1운동이 인도 민족운동에 영향을 끼쳤다는 역사 기술 부분 때문이었다. 아무리 민족주의라고 하지만 전혀 없던 사실을 만들어서 왜곡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항의했고, 내 항의는 문서로 전달되어 지금은 교과서가 수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국정 교과서 때는 이런 역사 왜곡은 버젓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도의 민족운동은 3·1운동이 있기 훨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족운동의 최고 지도자인 간디는 1900년 이미 남아공화국에서 비폭력·불복종 운동을 성공시켰다. 이는 몇 년 후 인도 민족운동의 전범이 된다. 간디는 인도로 돌아온 후 1915년부터 여러 농민·노동자 운동을 비폭력·불복종 운동을 통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를 기반으로 간디는 민족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간디 주도 하에 민족 자치 운동은 1917년부터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당시 인도에서는 조선에 관한 일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1904년 동양의 작은 나라 일본이 서양의 큰 나라 러시아를 물리쳤다는, 인도인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고 그 와중에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무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서구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영국의 혹독한 식민통치에 억압받던 인도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는 아시아국가가 서양 열강을 격파했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3·1운동에 관해서는 당시 뉴스 한 줄, 논평 한 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황당한 역사 기술이 나왔을까. 이 교수는 "짐작컨대 국정교과서를 집필한 1970~80년대 한국에 상당히 널리 알려진 인도 독립운동가이자 독립국 인도공화국의 초대 수상인 네루가 감옥에 있을 때 자신의 딸 인디라 간디에게 쓴 편지를 묶어 펴낸 책 '세계사편력'에 나오는 몇 문장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추정했다.

1932년 12월 30일 감옥에 있던 네루는 딸 인디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의 독립투쟁 가운데 중요한 것은 1919년의 독립만세운동인데, 젊은 여대생들이 그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며 "그 사실은 인디라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을 중학교 역사 국정교과서를 기술한 누군가가 억지로 끌어다 붙여 인도의 민족운동이 한국의 3·1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일어난 것이라고 기술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국정교과서는 권위를 가진다. 그 권위를 등에 업고 이 같은 왜곡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됐다. 이 교수의 항의로 검정교과서의 내용이 수정됐지만 과거 교과서로 배운 세대들은 여전히 왜곡된 내용을 상식처럼 안다. 현재도 온라인상에는 왜곡된 내용이 사실처럼 통한다. 국가가 세운 독립기념관조차 왜곡된 내용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현재 한국사와 세계사를 병행하여 기술하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는 것은 정말 국제적 망신이다. 그런데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로 나온다니 그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인도 가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어떻게 들까"라고 말했다. 인도인이 독립기념관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로 부끄러울 일이다.

◆이광수 교수는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 인도사 전공. 인도사를 제대로 한국에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에 중점을 둔다. 국내에 잘못 알려지거나 왜곡된 인도사를 바로 잡는 중이다. 인도에 관해 가장 많은 부분인 소와 갠지스 강에 대해 '암소와 갠지스'를 집필했고, 신화를 벗겨낸 역사인으로서의 붓다를 찾아내 '슬픈 붓다'를 집필했다. 현재는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라는 만들어진 신화를 바로잡기 위해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가제)를 집필 중이다. 이 인터뷰의 내용 또한 이러한 연구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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