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61) 독립운동 진원지 태화관 터에 생긴 '3·1독립선언광장'

3·1독립선언광장 모습./ 김현정 기자



민족대표들은 인사동에 있던 요릿집 명월관의 별관인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독립만세운동 준비를 마친 민족대표 33인 중 당시 지방에 있던 김병조, 유여대, 정춘수, 길선주를 제외한 29명은 1919년 3월 1일 오후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하고 축배를 들었다. 이들은 식당 주인 안순환을 시켜 이 사실을 조선총독부에 신고하게 했다. 곧이어 80여명의 일본 경찰이 태화관에 들이닥쳐 민족대표들을 연행해갔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태화관 터에 기념광장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2017년부터 광장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8월 공간 설계를 완료하고 2019년 2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시는 작년 8월에서야 3·1독립선언광장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독립선열의 숭고한 뜻 기리는 장소

지난 3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3·1독립선언광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3일 만세운동의 불씨를 퍼뜨린 뜻깊은 공간인 3·1독립선언광장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로 나와 약 4분(407m)을 걸으면 12층짜리 하얀색 빌딩이 모습을 드러낸다. 태화관이 남감리교회 재단에 인수되면서 헐리고 새롭게 지어진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건물이다. 3·1독립선언광장은 태화빌딩 앞에 850㎡ 규모로 만들어졌다.

이날 광장 근처에서 만난 대학생 이민환(22) 씨는 "여기에 3·1독립선언광장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면서 "왜 여기다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광장이라고 느껴질 만한 시설도 전혀 없다"며 의아해했다.

시민 김모(43) 씨는 "그냥 평범한 빌딩 앞처럼 보인다"며 "이곳이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태화관이 있던 자리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태화빌딩 앞 광장 오른쪽에는 소나무 3그루와 길쭉하고 납작한 돌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왼쪽엔 느티나무 1그루가 심어졌다. 광장 한복판엔 물이 흐르지 않는 수로도 있었다.

시는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 세 그루와, 우리 민족 공동체를 상징하는 느티나무 한 그루는 3·1운동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광장에 조성된 우물과 수로는 백두산과 한라산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수로의 넓이는 450mm로 이는 1945년 광복이 됐음을 의미하고 2만4640mm의 수로 길이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2464리의 거리를 나타낸다고 시는 전했다.

◆동네놀이터보다 소박한 3·1운동 진원지

3·1독립선언광장 조성을 위해 한인회가 기증한 백두산 자연석./ 서울시



직장인 박정철(34) 씨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인데 동네놀이터만도 못하게 만들어놨다"며 "외국인 관광객은커녕 한국 사람들도 일부러 찾아오지 않을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3·1독립선언의 역사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하기 위해 광장을 엄숙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생활 속 공간으로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나 광장엔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쉴 만한 공간이 전혀 없었다.

지난 3일 한 시민이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시민 최모(52) 씨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광장을 설치한 게 아니라 태화빌딩 앞 보도개선 사업을 해놨다"면서 "세금 아깝다"며 혀를 끌끌 찼다.

3·1독립선언광장 조성 사업엔 총 32억원이 투입됐다. 시는 3·1운동을 기점으로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퍼져 나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하얼빈, 사할린, 쿠바, 카자흐스탄과 백두산, 한라산의 돌을 운반해 광장을 조성했다고 했지만 이를 아는 시민은 없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8월 "국내외 각계각층의 열의와 참여, 범국민적인 뜻을 모아 조성한 이 광장이 우리나라의 자긍심을 높이고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광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