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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새로나온 책] 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존 풋 지음/권루시안 옮김/문학동네

문명사회에서 정신병원의 역할은 '미친' 사람들을 가둬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의 기능은 치료가 아닌 구금이었다. 격리와 감금은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는커녕 악화시키기만 했다. 정신질환자는 정말로 위험한 사람일까.

책은 "자유가 치료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신보건 혁명을 이끈 개혁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바잘리아는 강제수용과 폐쇄병동 감금이 공공연히 행해지던 정신병원의 해체를 주장한 인물이다. 바잘리아의 개혁 운동은 이탈리아에서 모든 정신병원을 사라지게 한 180호 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2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바잘리아는 반파시스트 활동을 벌이다가 1944년 체포돼 반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해 정신의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치고 1961년 말 고리치아의 정신질환자 보호소 소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는 고리치아에서 병원이 아닌 강제수용소를 목격하게 된다. 정신질환자는 보호소에 들어가는 순간 인격을 박탈당했다. 창문엔 창살이 꽂혀있었고 병동 문은 자물쇠로 잠겼다. 환자들이 고리치아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죽음뿐이어서 고문과 자살은 너무나 흔한 일이었다.

바잘리아는 환자들을 묶어놓은 사슬을 풀어 그들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줬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고리치아에 모여들었고 이들은 정신병원 개혁을 추진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위계가 사라졌고 정신질환자들은 부분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됐다. 환자들은 병원복이 아닌 원하는 옷을 입었고 언제 잠자리에 들고 일어날지를 스스로 정했다. 주점과 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바잘리아의 개혁 운동은 정신병원 폐쇄에서 나아가 모든 보건 서비스에 전면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신병원의 대안으로 뿌리내린 여러 제도(공공주택 공급, 협동조합 설립)는 실질적인 사례가 돼 세계 각국의 정신보건 정책에 반영됐다. 이제 이탈리아는 정신병원이 없는 나라가 됐고 보호소에 수용된 10만명의 환자는 대부분 사회로 흡수됐다. 640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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