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단순히 반대하기 보다는 국민경제와 투자자 보호 차원을 고려한 '부동산 금융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부동산 직접투자를 간접투자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증권사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 자본 대비 100%로 제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금융(IB)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증권사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나 회장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나 회장은 "정부의 PF 규제는 결국 증권사 투자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분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라며 "증권업계는 이미 지난해 중소·혁신기업에 대해 21조4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생산적 금융의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고,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에 증권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업권별로 중점 추진 사항을 발표했다.

먼저 증권업계의 IB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레버리지 비율 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 회장은 "모험자본의 추가적인 확대를 위해 해외의 건전성 규제를 조사하고, 이를 통해 NCR·레버리지비율 제도 개선방안과 증권사 건전성 규제 발전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사의 해외 진출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나 회장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허용관련 입법의 국회 통과를 지원하고, 외화증권 브로커리지 업무의 효율성과 제도 등을 점검·개선해 브로커리지 업무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자산운용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외화표시 머니마켓펀드(MMF)와 기업성장투자기구(BDC) 제도화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또 독립투자자문업(IFA) 확대가 펀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불완전판매 이슈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 "IFA·직판·온라인 등 판매채널 다변화도 병행할 것"이라면서 "특히 IFA는 금투업계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전문성 갖고 회사 만들어서 역할을 해주면 은행도 상품판매에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방안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주식 거래세를 양도소득 과세체계로 전환하고, 금융투자상품 전반에 대한 손익통산 허용과 손실이월공제 도입 등이 주요 과제다.

특히 펀드과세와 관련해서는 "투자자별로 '투자한 전체 펀드에서 실제 수익'이 나는 경우에 과세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금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등'퇴직연금 제도 개선'도 차질없이 진행한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나 회장은 "법 개정 지원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퇴직연금을 통해 근로자의 노후의 자산이 자본시장을 통해 증식'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회원사들의 자율규제를 선제적으로 바꾸고 투자자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나 회장은 "고난도 금융상품과 관련한 영업행위 기준, 자금세탁방지 업무지침 등을 마련하고, 내부통제 장치 표준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회원사의 내부통제지원을 위해 균형 잡힌 원칙과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협회 테스크포스(TF)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TF는 1월 중 마무리하고 2월 중순께 결과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현재 금투협회 내부는 조직의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나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혁신 TF를 구성했다.

나 회장은 "TF운영에 있어 내·외부 인사의 효율적인 배치, 다양한 의견 수렴 채널 등을 통해 정말 협회가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 그런 직원이 협회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