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자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정 전 의장은 현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6선 중진인사다. 더욱이 이번 인사는 헌정사상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점에서 정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경제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며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게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세균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며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불 시대를 열었다. 또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고 정 후보자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다"며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도 했다.
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 후보자는 1950년생으로 전주 신흥고등학교-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 후보자는 고려대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쌍용그룹에서 첫 사회생활을 했고 상무까지 지냈다.
정 후보자의 정계 입문은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다. 당시 그는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내리 5선에 당선됐고, 참여정부 시절엔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임시 의장 및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지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에 정계 일각에서는 의전서열에 따른 논란을 우려했다. 국무총리는 국회의장보다 의전 서열이 낮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수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의 의전서열은 5위인 반면, 국회의장의 의전서열은 2위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인지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지명 발표 때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며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