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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태한의 작가산책/4] 일제강점기 사회주의자들의 삶을 글로 그려낸 이준태 작가

이준태 작가와 김태한 출판기획자가 서울 서초구 내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책과강연



[b]"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에 사회주의 열풍이 불었다. 당시의 의식이 있는 젊은이들 상당수가 사회주의자가 됐다. 그들이 사회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애국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b]

[b]그들이 역사의 현실을 조금만 외면했다면 훨씬 편안하게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감시를 당했고, 체포됐고, 지독한 고문을 당해야했다. 많은 애국자들이 감옥에서 죽었거나, 반신불수가 되어 출옥했다."[/b]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짧지만 이 한 문장이 주는 울림은 크다. 바다가 없이 배는 존재할 수 없고, 오토바이가 발명됐다 해도 자전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엔 인과로 연결 된 고리가 존재한다.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지혜롭게 살아나갈 '단초(端初)'를 제공한다. 지난 3년 간 자료 조사를 통해 소설 '1915'를 집필한 이준태(64) 작가는 서울 서초동 인근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필자와 만나 "당시 상당수 젊은이들은 (일제시대) 사회주의자가 됐고, 그들은 일제로부터 고문을 당하는 등 어려운 삶을 선택해야 했다"며 "그들은 충분히 역사의 현실을 외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왜 고문을 받으면서,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애국을 했어야 했는지, 저서 1915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b]- 자기소개를 부탁한다.[/b]

"1954년 김제에서 태어나 익산 남성고와 전북대학을 나왔다. 군입대전 까지 전북을 떠난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가봤던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가위눌림을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았기도 했다. 스스로 촌놈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후의 삶을 얘기하면 서부전선 연평도 내에서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다. 전역 후 건설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고, 지금 삶의 터전인 전남 광양에서 사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사업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데 매진하고 있다."

[b]- 글쓰기에 매진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b]

"오랫동안 일기를 썼다. 그 전엔 전혀 써보지 않았던 일기였다. 그만큼 생면부지 객지에서 생업을 영위해간다는 게 힘들었다. 그 심정을 아무도 들어줄 이 없었으니, 내 자신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그뿐인가. 멀리 사는 친구들에게도 편지를 보내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로부터 '글이 많이 좋아졌다'는 격려를 받았다. 일기와 편지를 그간 썼던 게 창작활동의 밑거름이 됐다."

[b]- 펜을 들기 전 자신의 모습을 말해줄 수 있나.[/b]

"먹고 살기위해 처절했었고, 그러기 위해 철저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착수하기 전에는 인터넷 카페나 친구들끼리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생활수필이나 여행기 등을 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터무니없는 시도였다. 단편소설을 한 편도 써보지 않은 초보자가 장편소설에 도전한다는 것 말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정리하고 평생 가슴에 담고 있었던 서사를 소설로서 풀어보리라' 생각하고 장편소설에 도전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 도전은 터무니없었다. 수필이나 여행기 정도 써본 게 전부였는데 장편소설에 도전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한 3년 정도 낑낑대니 소설의 윤곽이 나왔고, 거기에 1년을 더 가다듬자 초고가 나왔다. 그래도 내 자신이 신기했던 것은 그렇게 자학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포기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b]- 책을 쓰기까지의 노력, 어려운 점 등을 설명해달라.

[/b]

"저서의 등장하는 주인공은 집안 어른을 모델로 했다. 그 분은 일제강점기 때 중앙고보(현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나왔고, 사회주의자였으나 요절했다. 그 분의 행적을 찾는데 노력했으나 거의 남아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내 주의에는 그 시절을 증언해줄 분들도 이미 세상을 달리했다. 때문에 그 시절의 얘기를 챙겨볼 수 있던 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신문이나 잡지들이 전부였다. 따라서 그렇게 자료를 수집하는데 1년이 걸렸다.

문제는 막상 자료를 다 모아놓자 그 다음 얘기를 꾸며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마냥 붓방아만 찧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글이 되든지 안 되든지, 무조건 하루 1쪽을 써내려가자.' 그렇게 1~2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르니 900쪽이 넘는 소설이 나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고를 다듬고 다듬어서 지금의 1915가 나오게 됐다."

[b]- 저서의 제목에 담긴 뜻이 궁금하다.[/b]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을 1915년 태생으로 잡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 1915년이라면 일제의 강제 징용과 학병에 끌려가지 않을 나이였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상 거물 중에 1915년생을 들자면 시인 서정주와 정주영이 있다. 주인공이 사회주의를 택하지 않았다면 해방 후의 정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았을 것이다. 그는 일제의 지독한 고문에 얼이 빠져 해방이 된지도 몰랐고, 그해 겨울에 죽었다. 아름다운 젊은이였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아픔을 제목은 담고 있다."

[b]- 곧 출간될 저서 1915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b]

"자랑스러웠던 할아버지들의 얘기를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해방 후 친일세력들이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고, 그들의 논리에 의해서 정의·역사가 농단됐다. 우리는 아직도 사회주의하면 빨갱이라는 도식이 머릿속에 주입이 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한쪽에서는 사회주의가 꽃 피우고 있다. 전 국민이 의료혜택을 받고 있으며, 노인들은 노인 연금을 받고 있고, 수십조의 재산을 가진 기업총수와 현장 노동자들이 같이 앉아서 대등하게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 인류에 있어서 어떤 제도도, 어떤 법률도 완전한 적은 없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그 시대의 여건에 맞게 개선해왔고, 조정해왔다.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의 흙먼지에 사라져갔던 선조들의 정의로웠던 삶, 아름다웠던 삶을 통해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제 좌우이념을 떠나서 역사를 바로 봐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절대로 3대 세습 왕조인 김정은의 북한은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다. 어느 경우에도 그 누구에게도 종북이라는 말은 삼갔으면 한다."

[b]- 소설의 큰 주제가 사회주의인 것 같다.[/b]

"성장기를 떠올려보면 끊임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았다. 할머니나 외할머니도 저를 사랑하지 않았다. 제 아버지가 빨갱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외갓집에 가면 저는 눈치꾸러기였다. 외할아버지가 우익인사로 6·25남북전쟁 때 학살을 당했기 때문이다. 어릴 땐 가장 위대하고 뛰어난 어른으로 생각했던 내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무능력자, 얼치기 사회주의자가 됐다. 그래선지 청소년기에 아버지 삶에 노골적으로 반항을 많이 했다. 아버지는 그때 가슴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나는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제 불효에 대한 반성과 아버지 삶에 대한 변명 정도로 생각하고 오래전부터 그려보고자 했던 게 일제강점기 사회주의자들의 삶이었다. 그리고 소설의 모델이 된 분은 우리 아버지의 사촌형이다. 우리집안을 빨갛게 물들인 장본인.(웃음)"

[b]- 향후 계획이 있다면.[/b]

"후속 작품으로 해방 후 좌우가 격돌하는 시대상황에서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그려보고 싶다. 형제가 각자 다른 길을 걷다. 형은 남로당원이 됐고, 동생은 국군의 장교가 됐다. 갈등과 반목이 있었지만 어떤 상황이 주어졌어도 서로를 원망하고 적대시하지 않았다. 해방 후 6·25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1915'와 엮어서 대하소설로 만들어보고 싶다."

[b]이준태 작가는...[/b]

1954년생 전북상과대학 경영학과 학사-해병대 장교 복무-25년 자회사 경영

2019. 12. 저서 '1915'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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