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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 김하병 서각전시회, ‘법화경 七萬字 목판에 새기다’

-단일 작가가 법화경 전문을 사경(寫經)하고 서각(書刻)까지 한 전례 없어

평촌 김하병 선생이 법화경 전문을 목판에 음각하고 있다. 그의 서각전시회 법화경 칠만자 목판에 새기다'는 11일부터 15일까지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린다.(사진=송하갤러리)



평촌 김하병 선생(70. 서예가, 서각가)의 서각전시회 '법화경 七萬字 목판에 새기다'가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센텀 소재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린다.

김하병 선생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7년여에 걸쳐 법화경 7만 자(字)를 사경(寫經)하고 목판 177장에 새겨 대작을 완성했다. 법화경을 작가 1인이 사경(寫經)하고 서각(書刻)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서예애호가와 불자들의 기대가 크다. 경전을 붓으로 베껴 쓰는 사경(寫經)에만 22개월이 걸렸으며, 이를 다시 목판에 새기는 서각 작업에 5년 3개월을 보냈다.

전시회를 앞둔 김하병 선생은 10일 "한 순간의 게으름도 없이 필생의 작업을 끝낸 만큼 부족함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 묵묵히 지켜봐주고 고비 때마다 힘이 되어준 가족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부인 오송자 여사는 기장군 철마면 안평리 맛집 송하원의 대표이고, 딸 김주희 씨(송하도예, 송하갤러리 대표)는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 '여인시리즈' 등으로 명성을 얻은 도예가다.

◆ "스님들의 참선수행에 용기 얻어"

법화경(묘법연화경 妙法蓮華經)은 화엄경(華嚴經)과 함께 한국불교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경전으로 모두 7만 자로 이루어졌다. 그는 7만 자를 사경(寫經: 후세에 전하거나 공양을 위해 경전을 베끼는 일)하는 동안 오탈자가 계속 나와 화선지를 구기고, 붓을 꺾고 싶은 고비를 수도 없이 맞았다. 마음을 집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몇 번씩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스님들의 참선수행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잡아 나갔다.

드디어 22개월만인 지난 2014년 5월에 사경 작업을 마치고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김하병 선생은 "당시 전시회장을 찾은 서예애호가는 물론 불교신도들과 스님이 작품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공개리에 서각(書刻)을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전시회가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서각작업에 돌입했다. 서각에는 은행나무 백여 그루가 쓰였는데 자신이 직접 전국 각지를 돌며 적합한 나무를 찾아야 했다. 또 애써 구해온 나무에 옹이가 박혀 버려야 할 경우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살려 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나무가 자신과 함께 법화경 말씀을 전하는 도구가 된 이상 하나도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를 돌며 은행나무를 구해 다듬고 건조시킨 뒤 칠을 하고 사경한 경전을 새기는 작업을 혼자서 해냈다. 나무를 다듬는 모습(사진=송하갤러리)



◆ 작업 끝나자 백발이 성성한 70대로 변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터"

작품은 전체 177장의 목판으로 이뤄졌는데 목판 한 장은 가로 24센티미터, 세로 130센티미터, 두께는 3센티미터 크기다. 한 장당 400자씩 모두 7만 자를 아로새기는 고된 작업이다. 나무를 다듬고 건조시킨 뒤 칠을 하고 자신이 쓴 법화경 사경본을 붙인다. 그 다음에 경전을 한 자씩 새긴 뒤 금색 칠을 하고 종이를 벗겨나가는 과정을 혼자서 반복했다. 5년여의 긴 시간 동안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추슬러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의 고수이기도 한 그는 "작업하는 틈틈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즐겼다. 창공을 한바탕 비행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새로운 열정이 생겨나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가기 전날에는 다음날 작업량까지 반드시 해놓았기 때문에 일이 밀리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정과 달리 체력은 날로 떨어져만 갔다. 그럴 때면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찾아 옛 장인들의 뜨거운 마음을 떠올렸다고 한다. 800년 가까운 시공을 초월한 선인들과의 만남은 큰 용기와 자극을 주었고 작업은 당초 공언한 10년보다 절반을 단축한 5년여 만에 끝났다. 지난 8월의 일이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사경과 서각 작업을 시작할 때 60대 초반이었던 내 모습은 간 데 없고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남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 순간 울컥해져 목판을 안고 뜨거운 눈물을 한참이나 흘렸다. 하지만 내 젊음은 사라져버린 게 아니라 목판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살아있을 것이다"

김하병 선생은 "긴 시간을 작업하는 동안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올해 칠순을 맞으며 경전 7만 자에 담긴 말씀의 내용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게 될 많은 분들과 더불어 작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제 겨우 하나의 산을 넘었을 뿐이니 크게 기뻐할 일이 못 된다. 새로운 목표를 세워 조만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팔순 이전에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30년 넘게 흔들림 없이 자신의 세계를 추구한 장인의 품격이 짙게 배어있다.

목판은 가로 24센티미터, 세로130센티미터, 두께 3센티미터 크기다. 목판에 경전을 새긴 뒤 금색 칠을 하고 종이를 벗기는 모습.(사진=송하갤러리)



◆ 11일 개막식, 15일까지 부산디자인진흥원 1층에 전시

평촌 김하병 선생의 서각전시회 '법화경 칠만자 목판에 새기다'는 오는 11일(수)부터 15일(일)까지 닷새 간 부산디자인문화진흥원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11일 개막식에서는 세운스님(삼광사 주지)과 정오스님(장안사 주지)이 축사를 전하고, 서예와 서각을 각각 사사한 스승인 박태만 선생과 이동환 선생이 격려사를, 테너 강호진이 축가를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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