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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간호사 태움 사망에도 '맹탕 대책' 내놔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강경화 한림대 교수(좌)와 양한웅 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2일 오전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서울의료원이 내놓은 혁신 대책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워 괴롭힌다'는 뜻의 '태움'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약 1년 만에 서울의료원이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과 간호사 지원전담팀 설치를 골자로 하는 혁신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책임자 처벌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맹탕 대책'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서울의료원은 2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인사·노무 강화, 전담노무사배치, 임금체계 개편 등 5대 혁신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5일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으로 불리는 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시민사회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의료원은 이날 혁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의료원은 ▲직원이 행복한 일터 조성 ▲직원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일터 조성 ▲소통하는 일터를 위한 혁신적 조직·인사개편 ▲지속적인 공공의료 혁신 ▲고인 예우 추진 및 직원 심리치유 등 5대 혁신과제를 내놨다.

혁신안에 책임자 처벌이 빠졌다는 지적에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9월 6일 진상대책위원회에서 권고사항을 내놨다"며 "해당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 추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위 조사 결과에 징계안이 포함돼 발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상대책위원회에서 병원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자료가 있어 요청했는데 위원회가 진술자 보호 차원에서 이를 공유하지 않아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강경화 한림대 교수는 "인터뷰 자료를 제출하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이분들이 제2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왜냐면 누가 말했는지 알면 항상 응징을 해온 게 병원조직이다. 이 문제로 저희 핑계를 대면 안 되는 것이다. 진술자 보호 차원에서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경화 교수는 "개인정보가 없는 자료는 전부 제출했다. 서울의료원 진술자들 명단을 안 줘서 징계를 못한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족이 상당히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시 조사과에서는 유족을 단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의료원은 우선 간호 인력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경력간호사 약 30명으로 구성된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운영한다. 전담팀은 선임 간호사의 업무 부담과 병가, 휴가 등에 따른 인력 공백을 메우고 신규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지원한다.

평간호사 위주로 구성된 '근무표 개선위원회'도 신설한다. 이들은 병동·근무조·직종에 맞게 근무표를 개선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60명 인력 증원은 내년까지 완료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까지 44명이 들어왔고 내년에 16명이 충원되는데 그걸로 되겠냐"며 "퇴사 인력에 대한 충원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서울의료원 사직률은 37%에 달한다.

의료원은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도 추진한다. 직무 분석을 통해 실근로시간과 직종 및 직무 등을 고려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 협의를 거쳐 출퇴근 시간 확인 시스템을 도입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저희가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마이너스 오프(인력부족으로 인한 휴일근무)로 주휴를 못 쉬어서 고용노동부에서 시정조치를 내렸다"며 "마이너스 오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정도인데 아무리 인력충원을 하면 뭐하냐 사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마치 절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표준매뉴얼을 개발하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를 새롭게 설치한다. 심리,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감정노동보호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접수부터 처리와 구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처리 결과를 공개한다.

이와 함께 의료원은 인사팀과 노사협력팀을 신설해 조직 개편을 한다. 39개의 직종별 업무 특성을 고려해 인사 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인사 고충을 경청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의료원은 설명했다. 전담노무사도 배치할 계획이다.

진상대책위원회가 요구한 간호부원장제도가 혁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부원장은 이사급이다. 이사 숫자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현재 다 차있는 상태다. 이사를 한명 더 늘려달라고 법개정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지 당장 못 한다고해서 아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적극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의료원은 고(故)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서는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하기로 했다. 추모비를 세우고 유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원할 경우 필요한 행정 절차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양한웅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오늘 서울의료원이 발표한 혁신대책이 직장 내 간호사 태움 문제가 근본적으로 근절되는 하나의 단초가 되길 바랐다"며 "그런데 사망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한웅 공동대표는 "서 간호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무런 제재가 없다"며 "서울시에서는 조사 후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고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이날 시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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