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 간 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상대진영의 표심을 잡을 지가 관건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과세 체계 개편, 기금형퇴직연금 등 계류된 법안 통과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금융투자협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59)과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65) 등 2명이다. 금융투자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4일 오전 10시까지 협회장 후보자 공모를 받는다. 회추위는 공모 마감 후 입후보자를 공개할 방침이다.
◆ 증권 vs 자산운용
아직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유력인사가 없는 만큼 이번 협회장 선거는 나재철 사장과 정기승 부회장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맞붙는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나재철 사장은 30년 넘게 금융투자업계에 몸을 담은 정통 '증권맨'이다. 지난 1985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35년간 자산관리(WM), 홀세일, 투자은행(IB) 영업 등을 비롯해 기획, 인사 등 증권사 업무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 2012년부터 대신증권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말단 신입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증권업계 신화'다.
한 증권업계 고위관계자는 "나 사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업계에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친화력 있는 너그러운 리더십이 그의 장점"이라고 했다.
또 금융투자협회 임원(회원이사)을 역임한 만큼 내부에 대한 이해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홀세일 영업을 한 경력은 자산운용업계를 이해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은 '감독당국' 경험이 있는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다. 지난 1978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 국장, 은행감독국 국장 등을 거쳤다. 이후 아이엠투자증권 부회장, 현대증권(현 KB증권) 상근감사위원, KTB투자증권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증권사, 자산운용업을 모두 경험했다. 2016년 7월부터는 KTB투자증권 사외이사를 지내다가 지난해 3월 KT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처럼 정 부회장의 장점은 40년 가량 관과 업계를 두루 거쳤다는 점이다. 인맥도 풍부하고, 업계 사정에 밝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업계 경험이 풍부하고, 총명한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아직 협회장 선거를 2파전으로 단정하긴 힘든 상황이다. 마감일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는 경우도 있어서다. 물론 유력후보였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간접적으로 출마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황이다.
◆ 표 대결은 어떻게?
공모가 마감되면 후추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최종 후보자는 금투협 회원사인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부동산신탁사 등 296개사가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된다. 정회원사 과반의 출석으로 임시 총회가 열리며 출석한 정회원사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협회장으로 당선된다.
다른 자리와 달리 금투협회장은 '낙하산'을 배제할 수 있는 프로세스(과정)를 갖췄다. 협회 회원들의 표만이 협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무기다. 때문에 후보들은 회원사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표를 모아야 한다.
다만 협회 분담금이 높은 증권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단점이다. 금투협 회장 선거는 정회원사 1사 당 균등하게 1표씩을 행사하는 의결권을 40%만 반영한다. 나머지 60%는 회비분담율에 비례해 의결권을 각 사별로 나눠준다. 100개의 표 중 60개의 표가 회비를 많이 내는 증권사의 몫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역대 금융투자협회장은 모두 증권사 대표 경력을 갖춘 인사였다.
그렇다고 자산운용업계의 표를 무시할 수는 없다. 회원사 294개사 중 222개사가 자산운용사다. 40%의 의결권 중 76%가 자산운용사의 몫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표심만 잡아도 안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속도감있게 추진되다 멈춘' 자본시장법 개정을 힘있게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대표적으로 금융과세 체계 개편과 기금형퇴직연금 도입이다. 두 사안은 증권업계, 자산운용업계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