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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록창 대신 빨간창, 게임 규칙이 변했다



짧은 휴가를 얻어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사전 정보를 얻고 싶어 포털 블로그 후기를 찾아봤다. 인위적 말투에 온통 칭찬 뿐이라 믿음이 가지 않아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유튜브를 봐야지"라는 조언이 들어왔다. 여행 정보 끝판왕부터 무계획으로 떠나기, 추천 이유, 꿀팁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유저들이 직접 찍고 솔직한 평을 친구에게 들려주듯 전해주니 광고가 아니라는 믿음도 갔다. 초록창(네이버)이 아니라 빨간창(유튜브)이 대세라는 이유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유튜브 대세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인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년 사이에 38% 증가해 카카오톡, 네이버를 뛰어넘었다. 한 달 총 사용시간만 460억분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가 유튜브를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통신 사업자가 만든 인터넷망 때문이다. 유튜브를 자동차라고 치면, 통신망은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용자가 늘면 트래픽도 폭증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는 그대로인데 자동차가 많이 지나가면 막히는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트래픽을 유발하는 유튜브는 막상 해외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적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국내 기업들은 꼬박꼬박 연간 몇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덩치가 크지 않은 콘텐츠 제공자들은 망이용료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불만은 이번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터졌다. 한 콘텐츠 사업자는 "고화질 영상 기술을 개발해도 과도한 망 부담으로 출시가 망설여진다"며 "좋은 고속도로를 뚫어도 톨게이트비가 비싸면 아무 자동차도 달리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현 상황이 유리한 구글코리아 대표는 "통신사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네트워크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기회를 준다"며 다소 동문서답의 답변을 늘어놨다.

글로벌 동영상 시대에 이 같은 논쟁이 헛바퀴를 돌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규칙을 세워야 한다.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 경쟁의 장은 글로벌 단위로 넓어졌다. 더구나 5G 시대가 되면 더 큰 용량의 콘텐츠와 데이터가 망을 오가면서 이해관계 충돌은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옥죌 수 있는 국내 사업자만 옥죄고, 법칙이 없다는 이유로 해외 사업자에게만 자유로운 환경을 만드는 '힘의 논리'에만 의지해서는 불공정 사회 관행만 심화시킬 뿐이다. 지금도 해외 사업자에게 제대로 이용료도 받지 못하면서 비용 부담을 국내 사업자에게 충당한다는 볼멘 목소리들이 많다. 환경이 변했다면 새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달 중 망 이용 실태 공개를 의무화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대에 맞는 룰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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