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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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②

최종수정 : 2019-09-25 10:33:39

[신세철의 쉬운 경제] 물가안정 축복인가? 재앙인가? ②

신세철 경제칼럼리스트
▲ 신세철 경제칼럼리스트

다음 수요측면에서는, 첫째,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돈이 돌지 않는다. 통화량은 늘어나도 화폐유통속도가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돈이 너무 많아도 돈 쓸 데가 없고, 다른 쪽에서는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쓸 돈이 없다. 돈이 한쪽에 몰려 있으니 구매력 부족으로 소비수요기반이 점점 취약해지고 있어 물가가 오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경제 위험과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는 가계부채에 버금가게 추정되는 대규모 대기성자금이 떠돌고 있다. 이는 돌아야 할 돈이 돌지 않고 한 쪽에 몰려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 가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19년 현재, 하위 20%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128만 원이라고 하는데 집세, 이자, 교육비, 건강보험료 같은 비소비지출을 하고 나면 무슨 소비여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 소비수요가 살아나기 사실상 어려운 지경이다.

둘째, 고령사회, 장수 시대가 전개되면서 미래 삶에 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미래소비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현재소비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장수사회에서 언제까지 살지 예측하지 못하는 데다 건강수명 또한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소시민들은 미래불안을 지우기 어렵다.오늘날처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며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어느 누구도 앞날을 장담하지 못한다. 더욱이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환경에서 경제적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래소비를 위해 현재소비 억제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으니 불가피하게 소비수요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가계는 과거 상당기간 성장통화 공급과 함께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에 시달려 왔다. IMF 사태 이후 2018년 현재까지 8,0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어도, 환율은 옛날보다 오히려 높거나 엇비슷한 수준에 있는 원화가치 저평가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자연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물가안정이 어려웠었다. 쉬운 예를 들면, 소득수준이 높은 일본보다도 우리나라 생활물가가 현재까지도 훨씬 비싼 까닭은 무엇보다도 환율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가안정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여 미래예측 능력을 높이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마련이다. 가계나 기업이나 물가가 안정되어야 미래를 내다보고 합리적 경제활동을 세울 수 있다. 1980년대는 세계적 물가불안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몇몇 중앙은행들이 0% 인플레이션(zero inflation) 목표에 통화관리의 초점을 두기도 했었다.

지속적 성장의 조건이 되는 물가안정은 공급과 수요의 조화와 균형으로 달성된다. 오늘날, 물가안정 나아가 물가하락은 공급측면에서는 기술혁신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 인류의 축복이다. 그러나 수요측면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승자독식 경제구조로 말미암아 파생된 재앙이기도 하다.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축복은 최대화하고 재앙은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물가상승률에 집착하거나 안도하기보다 경제흐름과 시장동향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물가 변동의 원인과 파급효과를 거시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긍정적 요인은 더욱 살리고, 부정적 요인은 극복해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참고로 구매력 기준으로 본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주요저서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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