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잘 팔리네"…불황에 고개 든 '립스틱 효과'
"경기 불황에는 미니스커트와 립스틱이 잘 팔린다."
'립스틱 효과'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불황이 몇 년째 지속되면서 색조 화장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는 불황 속 '작은 사치' 소비 경향에 맞춰 관련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18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랄라블라에 따르면 지난해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23.9% 늘었다.
올해도 색조화장품 매출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1~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했다. 립스틱 매출만 살펴보면 9월 1~17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늘었는데, 전월 동기와 비교하면 73%까지 훌쩍 뛰었다.
색조 화장품 시장의 전체 규모도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색조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4.3% 성장했다. 기초화장품 시장 성장이 0.7%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국내 립 제품 시장은 지난해 기준 5944억 원으로, 2015년 5000억 원대에 진입한 후 확대를 거듭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수록 색조 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을 수록 립스틱이 잘 팔리는 이유는 남에게 잘 보이는 제품이기 때문"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높은 만족감을 얻고 싶은 소비 심리 때문에 색조 화장품 등에 지갑을 여는 고객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는 립스틱 효과가 더욱 눈에 띄게 드러난다. 화장품 업계는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립스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방시는 지난 2일 대표 제품인 립스틱 '르 루즈'를 3가지 라인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르 루즈에 화려한 색감의 '르 루즈 딥 벨벳', '르 루즈 나이트 느와' 등 2가지 라인을 추가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색조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30일 신규 메이크업 브랜드 '블랭크'를 새롭게 론칭하고, '[ ] 립틴트(이하 블랭크 립틴트)' 9종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6일 '오휘 더 퍼스트 제너츄어 립스틱'을 출시, 레드, 딥레드 등 6가지 색상을 선보였다. 오휘에서 립 메이크업 제품이 출시된 것은 처음이다.
애경산업의 루나가 지난달 출시한 '매트 틴트 레더'도 '레드'를 중심으로 한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매트 립스틱의 밀착력과 틴트의 발색력을 더해 지속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데어 루즈 벨벳 F/W' 10품목을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 2월에 16가지 색상으로 선보인 바 있는데, 당시 출시 일주일 만에 3만 개가 판매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7월까지 누적 판매는 23만 개를 넘어섰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크리에이터 아랑과 함께 선보인 '키스 마이 에어리 매트 립스틱'은 판매 시작 19분 만에 당일 준비 수량이 완판됐다. 레드 등 무광 컬러 6종으로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화장품의 경우 매출 절반 정도가 립스틱에서 나온다"면서 "불황에 최대한 돈을 아끼면서도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비 심리가 뚜렷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