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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윤휘종의 잠시쉼표] 양보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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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몰아붙인다.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는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사정을 봐주거나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간지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양보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배려나 관용이 없어졌다. 내가 아니면 남이라는 생각,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주장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이런 현상이 특히 더 심해졌다.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라도 가차 없이 달려든다. 그래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명망이 있다는 사람들도 예외가 없었다. 상대편의 흠집을 찾기 위해 체면이고 뭐고 없다. '유튜브 언론인'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희한한 변명도 어이 없지만 자신들이 있어야 할 국회를 비워두고 길거리에서 삭발을 하며 대정부 투쟁을 벌이는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기업들도 언제부턴가 '동업자 정신'이 사라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기술침탈 소송전이 '적전분열'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도무지 화해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한국수출 규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또 나올지 모른 상황인 데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는 경고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두 기업 간의 소송전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TV 시장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8K를 두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기라는 비판과, 상대방 제품이 오히려 흠결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기업만이 아니다. 이들은 전 세계 TV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소니, 도시바, 히다치 등을 꺾고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라선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이 소비자를 현혹시켰다면 그 상대는 전 세계 소비자들일 것이다. 단지 경쟁자를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한 단어겠지만 이런 말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건 본인의 주장이나 주관이 그만큼 뚜렷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들 똑똑하고 잘난 건 좋지만 똑똑하다는 것과 지혜롭다, 슬기롭다는 것과는 다른 말이다. 그저 아는 게 많다는 것과, 그 많은 지식을 슬기롭게 사용한다는 건 상대방의 배려, 용서, 포용 등 도덕적인 측며까지 고려한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정치나 기업이나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는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고만고만한 두 싸움에 누군가 나서서 진정시키고 이성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하는 정치 원로, 재계 원로가 지금 이 시대에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정계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대한민국을 하나로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있을까. 대권 주자가 아니더라도, 여와 야의 싸움을 중재할 수 있을 정도로 덕망 있는 인사가 과연 있나.

재계도 마찬가지다. 과거 이건희 회장, 구본무 회장 등 정부나 정치권에 쓴 소리를 하면서 후배 기업인들의 존경을 받는 재계 원로가 지금 몇 명이나 있을까.

 

게다가 정치권에서 대기업을 마치 국가에 해를 끼치는 나쁜 집단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그나마 있던 재계 원로들도 요즘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어른께 어른 대접을 하지 않고, 본인이 잘났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절대 상대방에 대해 용서나 양보를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보 없는 사회, 어른 없는 사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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