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은 고유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통합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재한 확대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동걸 산은 회장의 (통합 당위성) 언급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산·수 통합론'을 일축했다.
김 차관은 "정부가 2013년 마련한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르면 산은은 대내 금융 특화기관이고 수은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라며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각 기관이) 보유한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일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회장)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하셨지 않나"라며 "그 건은 더는 논란을 안 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굳이 산은·수은 갈등을 일으켜서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되나)"라며 "아무 의미없는 얘기"라고 했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통합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수은 쪽은 이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수은 노조는 이 회장을 향해 "낙하산 회장",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이란 직설적인 표현까지 썼다.
산은과 수은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이 회장의 '사견(私見)'을 공개적으로 무시함에 따라 이번 '산·수 합병론'의 승자는 수은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