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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껍데기만 남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개명이 한참 유행하던 때 나는 이름을 바꿨다. 한자 이름이 상용 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할 때마다 애를 먹었기 때문. 당시 이름만 바꾸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어 기대를 품었지만 아쉽게도 한자이름 사용이 쉬워졌다는 점을 제외하곤 내 생활도 성격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공공기관은 요즘이 개명시즌인가 보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제로화'에 따라 공공기관 656곳 가운데 484곳이 정규직으로 이름을 바꿨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를 포함한 이들은 2020년까지 전환목표인 20만5000명 중 85.4%인 17만4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 현재 산은은 'KDB비즈', 기은은 'IBK서비스' 수은은 '수은플러스', 예보는 '예울FMC'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마련, 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파견·용역 노동자는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세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직접 고용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퇴직충담금이 부채로 잡혀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작 이름이 바뀐 그들의 일상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들이 요구했던 임금·복지·고용안정 등 모든 것이 그대로다. 회사로 전환한 직원의 임금은 평균 10.96% 인상됐지만 외려 인상폭이 들쭉날쭉해졌다. 기초적인 복지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일부는 청소 근로자가 화장실 안 휴식공간에서 쉼을 청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자회사 중엔 쟁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어렵다. 자회사 설립 및 위탁의 근거가 없다보니 정권 기조가 바뀌거나 필요에 따라 해당 자회사는 언제든 매각될 수 있어 고용도 불안정하다.

그렇게 핑크빛 미래로 변화만 가득할 것 같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소문만 많던 빈껍데기가 됐다. 어느 누구도 정규직이라 말하고 있지만 정규직의 삶은 누리지 못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나 처럼 단순히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껄끄러워 바꾸기로 한 것이었던가. 공공기관을 앞세워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시한 이유가 무엇인 지 깊이 있게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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