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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진성오의 심리카페] 할머니 손은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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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필자는 어렸을 때 방학이면 외가를 자주 가서 거의 방학 내내 지내곤 하였다. 그렇게 외가를 가면 항상 외할머니가 필자를 애지중지 하시면서 돌봐 주셨다.

지금도 시골 분들은 그렇지만, 당시 시골 할머니의 정이란 항상 뭔가를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다. 귀여운 외손자니 오죽 했을까? 그래서 한번 시골을 다녀오면 초등생이었던 필자는 약 5㎏ 씩 살이 쪄서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할머니가 주시는 데로 먹다 보면 간혹 소화를 못시켜 배탈을 경험하곤 하였는데 배탈치료 법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늘로 손가락 마디를 따는 것이었다. 효과가 있었지만 더 효과적인 것은 외할머니가 '내손은 약손이다'라고 말하면서 필자의 배를 문질러 주시는 것이었다. 배를 그렇게 몇 십분 문질러 주시면서 '주문'을 외우시면 감쪽같이 배탈이 나았다. 당시 어린 나이지만 필자는 그 현상을 매우 신기하게 여겼는데, 커서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상을 '플라시보'라고 하며 할머니의 약손이 단순히 최면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플라시보(영어: placebo)는 라틴어로 '마음에 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진짜 약이라고 하고 가짜 약을 투여해도 '좋아질 것'이라는 환자의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약이 턱없이 부족했던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이 쓰였던 방법이며 이러한 심리현상을 플라시보 이펙트(위약효과)라고도 한다.

또한 좀 더 전문적으로 플라시보는 실험자나 피험자가 서로 플라시보 약물이 처방되는지 몰라야 하는 것과도 연관되며 이를 이중맹검 검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정신약물학이나 약물정신의학에서 핵심적인 통제 요소라고도 한다.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간 경우 응급실 병상에 누워 별로 처치를 받지도 않았는데 아픔이 사라지는 것 같은 경험사례나 감기에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으면 낫는다는 속설은 주변에서 혹은 볼 수 있는 사례다.

이렇듯 좋아질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된 플라시보 효과는 사실 정신약물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것이기도 하다. 특히 심리학 실험 같은 경우에도 특정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만 해도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현상 때문에 진짜 약물의 효과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하물며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 실험에서는 이러한 플라시보 효과는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플라시보 효과는 무시할 수 없고, 실제 많은 학자들이 이 효과를 인정하며 더 나아가 이 효과를 치료에 이용해보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심리가 신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플라시보 효과다. 이런 면에서 믿음이 산을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가끔 두통을 없앨 수는 있고, 진짜로 어떤 것을 믿으면 믿을수록 플라시보 효과는 더 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아마 외할머니의 손을 진짜 약손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순수한 믿음 때문에 어떤 약과 방법보다도 더 배탈에 약효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지금도 외할머니의 약손이 효과를 볼까 궁금하다. 아마, 이젠 다시 그 손을 만질 수 없지만 외할머니의 손이 필자의 탈이 난 배를 문질러 주실 수 있다면 그 어떤 약보다 효과적으로 배탈을 고칠 것이다. 왜나하면 필자가 그렇게 믿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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