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기 내각의 마침표를 찍는 개각을 지난 9일 발표한 가운데, 문 대통령의 시선이 다시 대일(對日)행보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우선 문 대통령이 추후 대일행보에 집중할 것이란 해석은 지난 8·9개각을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최기영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시절, 본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일본에 거침없는 비판을 해왔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정식 임명될 경우, 일본 정부가 반발하고 있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에 확실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후보자는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석학으로 정평이 났고, 일본발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 대응에 맞설 적임자로도 꼽힌다. 즉 2기 내각이 완성되면 수출규제 및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등 경제보복을 단행한 일본 정부에 더 강경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나올 수 있단 얘기다.
문 대통령의 당시 개각과 관련해 일본 외신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마이니치신문은 10일자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개각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가 SNS를 통해 거침없이 반일(反日) 발언을 한 점을 부각시켰다. 최 후보자와 관련해선 '반도체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일본 조치에 대항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케이신문은 "(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며 "(최 후보자는) 일본 조치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조 후보자는 반일 관련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과 전문가, 언론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개각이 대일 행보와 연관이 깊다는 목소리는 정계에서도 나온다. 윤용호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11일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개각은 정국을 운영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한 결과일 것"이라며 "하지만 조 후보자와 최 후보자 등을 보면 대일 행보에 무게를 둔 인사란 느낌이 강하다"라고 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내주 일정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12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오는 13일에는 국무회의를 각각 주재한다. 더욱이 내주에는 8·15 광복절도 예정돼 다가올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대일 관련 발언을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뿐인가. 문 대통령은 내주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관계자는 11일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내주 예정된 광복절과 관련해서 '일본과의 현 갈등 상황'을 분명히 언급할 것"이라며 "하지만 수위를 놓고 청와대 참모진들과 고심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한일간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임을 많은 부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때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