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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인터뷰]일본 공략후 '부품 100% 국산화' 나선 강소기업 ㈜ 재원의 도전기

최종수정 : 2019-08-08 15:44:11

신정욱 대표 "고국서 기술 검증 기회 없어 종주국 일본서 먼저 인정 받아"

日 이어 獨 찍은 후 韓 대기업들에 납품 기회…'핵심 부품 95% 국산화'

"기술 독립엔 10년 필요…납품 기회 주고 R&D 기다려줘야, 정부는 가교"

㈜재원 신정욱 대표가 경기 군포에 있는 본사에서 주력 제품인 스테이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 ㈜재원 신정욱 대표가 경기 군포에 있는 본사에서 주력 제품인 스테이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부품 국산화를 통해 '탈일본'에 도전하고 있는 혁신기업이 있다.

국내 관련 시장에서 일제가 70~8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의 비중이 절대적인 부품인 '정밀 스테이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구현해나가고 있는 강소기업 ㈜재원이 그 주인공이다.

재원 신정욱 대표는 지난 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기업들의 애로를 청취하겠다고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중 한 곳이다. 신 대표를 8일 경기 군포에 있는 재원 본사에서 만났다.

스테이지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태양광 장비, 카메라 모듈 등을 제작할 때 쉽고 빠르고 정밀하게 부품을 제조·검사할 수 있도록 돕는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핵심 장치다.

2011년 창업해 10년이 채 안 된 재원이 개발한 초정밀 복합기능형 얼라인먼트 스테이지는 높이가 500원짜리 동전을 세워놓은 것과 비슷한 크기인 40㎜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제품은 이번달 일본에 첫 상륙한다.

"스테이지가 얇으면 얇을수록 전체 장비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 공간뿐 아니라 원가를 절감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일본산 스테이지가 한국 시장에서 독식하고 있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1마이크론(1μm= 0.001㎜)의 정밀도를 갖춘 초박형 초정밀 스테이지를 만들어 일본시장에 추가로 수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재원은 설립 이듬해인 2012년부터 스테이지를 일본에 수출했다. 국산 스테이지가 종주국인 일본으로 넘어간 것은 재원이 처음이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을 만드는 글로벌 회사들이 국내에도 많았지만 신 대표가 일본을 먼저 공략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만든 스테이지가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검증받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부터 갔다. 일본에 샘플을 넘기고 2년이 지나고부터 본격 수출을 시작했다. 그런후 독일에도 수출할 기회가 생겼다. 일본, 독일을 거치고나서야 국내에 있는 대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찾기 시작하더라.(웃음)"

일본산 품질을 넘어서기 위해 신 대표는 지독하게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매년 매출의 15~20%를 연구개발비에 썼다.

"가장 중요한 것이 R&D인데, R&D는 멈추면 안된다. 멈추는 순간 일본과 기술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적자가 나도 인건비가 비싼 연구인력을 투입해 R&D를 해야 한다. 중소기업 CEO가 R&D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기엔 신 대표 본인이 연구소장도 맡고, 마케팅본부장 역할도 하며 인력의 빈틈을 메웠다. 변리사 비용 400만원이 없어 관련 서류도 직접 작성했다. 유튜브 등에 올리는 홍보영상까지 본인이 만들었다.

2011년 창업 첫 해 1억원, 2012년엔 4억원, 2013년엔 7억원 등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7년엔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일본, 독일, 중국 등에 직간접으로 수출한 비중은 80%에 달한다. 자신을 포함해 15명의 임직원들이 만들어낸 성과다.

일본, 독일, 중국 등 해외 거래가 늘면서 '그들이 부럽다'는 경험도 여러번 했다.

"일본 기업과 납품 거래를 위해 견적서가 오가던 때였다. 담당자가 부르더니 견적서를 다시 보내라고 요청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알고보니 견적서에 개발비와 인건비가 빠졌으니 그것까지 반영해 다시 제출하라는 이야기였다. 감동이었다. 납품이 확정되고 나니 제품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대금 10만 달러가 통장에 바로 꽂히더라. 두번 감동을 받았다."

200만원 어치를 팔고 3년을 기다려서야 납품 기회를 주는 한국 기업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본 회사가 먼저 보내준 10만 달러는 임직원들 월급 걱정을 하고 있던 신 대표에겐 가뭄에 단비였다.

기술력이 월등한 제품을 들고 중국도 찾아갔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 제품 우선 사용 정책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온 때도 있었다.

신 대표는 "아무리 중국이지만 정부의 일사분란한 정책이 오히려 부럽게 느껴지더라"며 웃었다.

일본의 경제 제재에 놀라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도 할 말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관계가 완벽하게 정착해야 부품·소재 등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은 납품을 전제로 하청기업들이 R&D하고 제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정당한 납품단가를 제 때 줘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R&D를 위한 국책과제도 1~2년이 아닌 10년 정도로 기간을 늘려야한다. 그만큼 기술 독립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원은 창립 9년 만에 주력 제품인 스테이지의 국산화율을 95%까지 달성했다. 100%까지는 시간문제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들은 우리 대기업 때문에 먹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최고의 기술을 구현하기까지는 30~40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훌륭한 인재가 많은 우리는 10년 정도면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여기서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나라와 나라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력 있는 기업들에게 남발하는 '○○○상' 등으로 이름 붙인 상장 하나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기업들에겐 더욱 절실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상만 주지 말고 상받은 기업들이 어떤 곳인지 찾아봐라. 애로사항은 없는지 세세하게 살펴봐 달라. 중소기업이 거래처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가 다리 역할을 해줘야한다.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국산화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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