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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자기 합리화의 동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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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 당신의마음연구소장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필자의 반에는 가난해서 옷을 잘 못 입고 당시 또래 여자아이들에 비해 좀 못생긴 여자 급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학교에선 괴롭힘이 존재하지만 지금 같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잘못된 행동을 당시에는 쉽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군대와 학교가, 학생이 사병과, 선생님이 간부와 구분이 없었던 시대 탓과 군대의 신체적 폭력이 당연시되던 '군사부일체'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이 나쁘다는 개념 자체가 부재했고 그래서 학급의 남자 아이들이 그 여자아이를 많이 놀렸다.

그 때 필자가 왜 그런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그 여자 아이를 놀리고 장난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되는 아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촌스럽고 싸구려 티가 나는 옷과, 공부를 잘 못했던 것 등등이 그 여자아이를 골려도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통 그런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던 듯 하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나이에 어린 나는 왜 그 여자 아이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괴롭혀도 된다는 생각을 가졌을까 궁금하다. 5학년 짜리가 무엇 때문에 그 여자 아이를 골탕 먹이는 것에 대한 합리화로 가난과 공부 못함을 정당성의 이유로 생각했을까? 아마도 어린 필자는 분명히 그렇게 그 여자 아이를 놀려먹는 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아이를 괴롭혀도 된다는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지만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행동이 주는 재미와 내가 악당이나 비겁한 어른들이나 하는 치졸한 행동을 설마 내가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그 때문에 나의 불편한 죄책감을 숨기기 위해 찾아낸 나의 합리화가 그 아이가 가난하고 공부 못하고 못생겼기 때문에 내가 놀려도 된다고 믿게 했을 것이다.

필자의 이런 어리석은 생각은 안타깝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 작동한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공격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을 배운다. 동생을 때리고 그 이유를 댈 때 "애가 먼저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런 아이의 정당성을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정당성이 논리적으로 보이면 우리는 더 잔인하게 행동 해도 되는 것처럼 그런 행동을 인정한다.

약한 아이를 괴롭혔던 필자나, 폭력배들이 약한 상인들을 괴롭히는 것이나,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고용주, 배우자를 학대하는 부부, 저항을 포기한 용의자를 구타하는 경찰관이나 소수 민족 사람들을 고문하는 폭군, 민간인들에게 잔혹행위를 하는 군인들 모두 행동의 구조는 같다. 트래비스라는 진화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격이 자기 정당화를 낳고, 자기정당화가 더 많은 공격을 낳는다"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유능하고, 도덕적이며, 똑똑하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의 그런 자기 이미지를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자신의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정당화하는 본능이 있다. 이러한 자기 정당화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은 예수나 부처님 정도이다. 그래서 자기 확신이 강하고 유명한 사람일수록 과오를 인정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하는 작은 거짓말이 거짓말인지 잘 모르게 진화했다. 이러한 작은 거짓말은 생활과 연관된 모든 영역에 있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을 피웠다거나, 부인이 자기 관리를 못해서 살이 쪄서 바람을 피웠다거나, 빨갱이는 나쁘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거나, 동성애자는 교리를 벗어나기 때문에 벌주어야 한다거나, 낙태는 종교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거나, 아이가 너무 산만해서 매로 다스려야 한다거나, 내가 갑이니 내말을 따라야 한다거나 등등의 많은 이유로 상대 입장이라면 하지 않을 그 많은 잔인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아무 죄책감 없이 행한다.

하지만, 그 어떤 합리화도 논리에 타당성이 없고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인간은 그냥 내가 틀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라는 본능으로 인해 어떤 논리라도 가져오는 것이고, 그리고 원인도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동물이다. 적어도 자기 정당화를 하는 인간의 마음에서 볼 때 말이다.

늦은 사죄는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면서 5학년 때 친구가 혹시 이 글을 보면 진정 미안하고 내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다. 그냥 필자가 잘못한 행동을 했었던 것이고 내가 잘못된 아이였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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