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가 유출된다] 해외로 나가는 이공계 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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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가 유출된다] 해외로 나가는 이공계 인재들

최종수정 : 2019-07-28 14:16:42

[국부가 유출된다] 해외로 나가는 이공계 인재들

국내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애초 교육을 목적으로 문·이과 구분 없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이민을 선택한 학부모들은 있어왔다. 그러나 이공계 학생들 '스스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 대학의 기초과학 외면 현상부터 시작해 ▲기업의 석·박사 채용 회피 ▲전문연구요원제 폐지 논란 등이 심화되면서 국내 대학의 이공계 인재 육성 시스템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학문 연구의 근간인 대학에서 기초과학 분야 외면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며 인재 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대학 중 절반, 기초과학 학과 없어

28일 본지가 '종로학원하늘교육'에서 입수한 '전국4년제대 이공계 기초학문분야 설치 대학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180개 대학 중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수학 등 자연·이공계 관련 기초 학문분야별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92개(5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절반가량인 88개(48.9%) 대학에는 자연·이공계 기초학문분야별 학과가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권 32개 대학의 자연·이공계 관련 학과 미설치율은 25%(8개)였다. 수도권 및 지방권 148개 대학의 자연·이공계 관련 학과 미설치율은 54.1%(80개)였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이에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전 대한수학회장)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전문적 지식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습득되는 개념과 원리에 기반하는 과학적 사고가 큰 역할을 한다”며 “현재 대학에서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등의 기초과학 학문을 통한 인재육성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적 사고의 틀이 중요한 이 시대에 기초과학 인력 육성 체계를 통해 학계 및 산업계 등에 배출해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과학기술계의 인재육성을 위한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외면하는 이공계 석박사

박사 학위를 받아도 취업조차 쉽지 않은 현실도 문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석박사 인력을 외면해 우수 인재들이 더욱 국내 대학원 및 박사과정을 꺼리는 등 기초학문 생태계 자체가 존립 위기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공대·자연대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의 취업률은 각각 72.5%, 64.0%에 불과했다. 박사 학위를 따도 30~40%는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도 갈수록 하향세다. 지난해 서울대 공대·자연대 대학원의 전·후기 경쟁률이 각각 0.88대1, 0.95대1에 그쳐 동시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

이 교수는 "열악한 일자리 현실이 이공계 기피현상을 낳고 그나마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중도에 진로를 바꾸면서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현장에서 이공계 일자리가 직업·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해외 기업을 찾아 떠나가기도 일수"라고 했다.

◆"전문연 없애면…인재 해외유출 우려"

전문연구원제도와 산업기능요원제도가 특혜 논란으로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이공계생들의 해외행 밟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해당 제도는 이공계 학생들이 군에 입대하지 않고 선업현장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병역 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는 현역병 자원 감소를 이유로 연간 2500명 규모 전문연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4년에는 50%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문연구원 제도 폐지 계획이 알려지자 이공계생들의 절반 가량은 해외 대학원 진학을 하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에 따르면 곽승엽 재료공학부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전문연구요원 제도 운영 및 선발의 현황과 성과 분석'이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항공대 대학원생 15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우수 인력을 이공계에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없을 때 해외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겠다'고 한 비율은 49%에 달했다. 곽 교수는 "전문연 제도를 폐지했을 때 해외 유학생 수가 늘어 인재 유출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대학-연구소-기업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 생태계를 붕괴시켜 종국엔 국가 산업경쟁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기초학문 생태계 존립을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과학교육의 부재는 비단 대학만의 일은 아니다. 일반고교에서 물리Ⅰ·Ⅱ 등 해당 학문의 기초 과정을 배울 수 있지만 희망자가 적거나 전공 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물리Ⅱ·화학Ⅱ 등은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과계 및 수학·과학교육 및 지원 시스템 전반에 재검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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