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스배넌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찾는 것이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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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스배넌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찾는 것이 사명"

최종수정 : 2019-07-22 16:16:44

세스배넌 피프티이어스 대표
▲ 세스배넌 피프티이어스 대표

실험실에서 소고기를 키워내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한우의 안심이나 등심 세포를 추출해 기르면, 구이용 안심과 등심 부위를 몇천개, 몇만개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알코올이 없이도 취할 수 있는 음료에 새롭게 투자를 시작했다. 진(Jin)과 비슷한 향을 내는 이 음료는 숙취나 중독성은 없지만, 마시면 실제 취한 기분도 든단다. 글로벌 푸드테크 투자전문가인 세스배넌 피프티이어스(Fifty Years) 대표는 이렇게 '세상의 바꾸는 기술'을 찾아다닌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매년 영양실조로 죽고, 부유한 나라 사람들은 비만과 당뇨로 죽어갑니다. 현재 음식 산업은 세계 인구를 모두 잘 먹이는데 실패한겁니다. 우리가 푸드테크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죠."

메트로신문이 주최한 '2019 퓨처 푸드테크 코리아'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는 배넌 대표를 만났다. 푸드테크를 이야기가 나오자 서른을 갓 넘긴 그의 눈동자가 아이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 투자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뭔가.

▲우선 세 가지를 본다. 심도있는 기술, 1년에 1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그리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회사여야 한다는 것이 최우선 조건이다. 가령,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건강, 환경에 도움을 주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기업을 원한다. 그 외에는 성장하는 시장, 기술을 가진 팀,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 등을 본다.

-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지만, 와해돼 있고, 혁신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혁신이 덜 이루어졌다면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성장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보자. 식품은 8조달러 가치를 가진 산업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음식을 먹기위해 돈을 쓸 것이다. 그리고 식품산업은 이미 와해됐다. 매년 700만명의 사람이 영양실조로 죽는다. 반면, 미국 인구의 반 이상이 비만, 당뇨 등의 문제를 안고 있고, 이 숫자는 급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음식 제조를 위해 지구를 파괴한다. 육류를 공급하기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지속불가능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업은 혁신적이지 않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수입의 12~1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반면, 네슬레, 펩시와 같은 대형 식품기업들은 오직 1~2%만을 R&D에 투자한다.

- 미국에선 푸드테크를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 스타트업만이 가진 강점은.

▲스타트업의 장점은 빠르고 민첩하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계획을 바꾸는 데에 2~5년이 필요하지만 스타트업은 1주일이면 변화가 가능하다. 식물성 고기, 지속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약으로서의 음식 등의 변화가 일어날 때, 스타트업은 새로운 트렌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 한국은 CJ, 롯데와 같은 대기업들이 푸드테크에 직접 뛰어드는 추세인데.

▲그 역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빠르지만 자금과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규모도 작다. 반면, 대형 식품회사들은 이를 모두 갖췄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한다면,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빠른 변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네트워크, 큰 규모, 경험들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파트너십은 혁신에 도움이 된다.

- 대기업이 스타트업 성장을 막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욘드미트와 같은 스타트업의 기술은 뛰어나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굉장히 좋은 기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식물성 고기 분야에선 비욘드미트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크고 뛰어난 식품 기업들이 각자의 식물성 고기 제품을 갖고 있지만 모두 비욘드미트를 넘어서진 못한다. 이것이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다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도 한 때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지 않았나.

- 현재 미국에서 푸드테크 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산업군은 어디인가.

▲어디 하나 꼽을 수 없이 모든 산업군이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 투자자들은 푸드테크 분야에 매우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해 점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제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상대해 왔던 IT업계는 이제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푸드테크에 직접 영향을 받는 식음료 업계는 물론 경계와 관심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산업 뿐 아니라 미국의 명문 대학을 비롯한 학계에서도 푸드테크에 관심이 높다.

- 배양육 시장도 급성장 중인데, 이에 대한 윤리적인 이슈는 없나.

▲전혀 없다. 세포가 자라는 과정은 소의 안에서나 밖에서나 똑같이 일어난다. 배양육은 전혀 다르지 않은 '고기'다. 오히려 사람들이 현재의 도축 과정을 정확히 안다면 고기에 거부감을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 만일 잔인하게 가축을 도살하지 않고도 지금과 똑같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나아가 그 방식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면 당신은 어떤 고기를 선택하겠나. 더 시급하게 풀어야할 숙제는 배양육의 가격이다. 배양육은 지금은 비싸지만 3~4년 후엔 진짜 고기보다 저렴해질 것이다.

- 푸드테크 회사들이 큰 성공을 이루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모든 기업에게 당연한 얘기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방식이라면 훨씬 성공하기 쉬울 것이다. 현재 세계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스타트업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사실상 매우 어려운 숙제다. 대기업과의 협업하거나, 각자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 한국의 푸드테크 성장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매우 큰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음식의 오랜 전통과 풍부한 발효음식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첨단화된 제조공정을 통해 대량 발효를 시키는 기술은 아직 발달하지 못했다. 한국은 음식과 기술의 리더이긴하지만 아직 푸드테크의 리더는 아닌 것이다. 이 둘의 시너지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푸드테크 산업 생태계 성장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중요한 건 실패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실리콘밸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잘못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혁신은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대담히 도전을 이어갈 때 일어난다. 아직 한국 사회는 실패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다. 도전의 반은 실패하겠지만, 나머지 반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세스를 배웅하며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자이며 기업가들들이 가진 일반적인 목표와는 꽤나 거리가 먼 대답이었다.

"뛰어난 기술들은 환경 오염, 기후 변화,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등 현대 사회가 가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죠. 그러한 기술은 스타트업에서 나올 수 있다고 난 생각합니다. 더 많은 기술이 성장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돈'이라는 자양분을 대는 것, 그게 내 역할이자 사명입니다."

인터뷰 내내 신이난 듯 반짝이던 눈동자가 그 순간 가장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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