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가 유출된다] ①세계 일주하는 국내 자본, 고향 떠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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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가 유출된다] ①세계 일주하는 국내 자본, 고향 떠나는 이유는

최종수정 : 2019-07-22 12:04:09

국부(國富)가 유출되고 있다. 국가 경제를 견인할 산업자본은 각종 규제를 피해 해외에 생산거점을 만들고, 협력사들은 대기업을 따라 설비를 이전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돈 많은 자산가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고, 개인들은 직접구매(직구)로 해외 증권과 온라인쇼핑을 늘려가면서 국내 증시와 내수시장도 힘을 잃고 있다. 는 최근 심각해지는 국부 유출 현상을 6회에 걸쳐 짚어본다.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스파크랩 데모데이에 깜짝 등장해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사진 배한님 기자
▲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스파크랩 데모데이에 깜짝 등장해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사진=배한님 기자

재계가 해외 투자 확대에 한창이다. 경영 환경이 어렵고 규제가 심한 국내를 피해 신흥 시장과 미국 등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그룹사가 운영하는 펀드형 계열사들은 최근 들어 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SK가 대표적이다. SK는 지난해 SK㈜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5억달러(약 5500억원)를 조성해 싱가포르에 SK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했다.

SK동남아는 설립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베트남에만 15억달러 가까이 쏟아부었다. 베트남 민영기업 1, 2위인 빈그룹과 마산그룹 지분을 사들였다.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미얀마 석유유통그룹 BOC 지분 35%를 1500억원으로 인수했다.

현대자동차는 동남아에 조립생산(CKD) 거점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시장 개척을 준비해왔다. 올 초에는 베트남 탄콩그룹과 판매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인도네시아에는 따로 법인 설립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미국 코네티컷 주 EDAC 이닥 사 공장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미국 코네티컷 주 EDAC(이닥)사 공장전경/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먹거리인 차량공유 사업도 해외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그랩에 3억달러(약 30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현대·기아차 전기차 모델을 비즈니스 플랫폼에 활용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호주 '카 넥스트 도어'와 '미국 '미고', 인도 '올라' 등과도 제휴를 맺고 사업을 확대 중이다.

삼성전자와 두산, LS그룹 등도 일찌감치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조성하고 꾸준히 크기를 늘리고 있다. 한화도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부품 신공장을 준공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생산 기지를 완전히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효성도 베트남에 복합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확대를 논의 중이다.

인도도 주요 투자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노이다 공장을 준공하고 자회사인 하만도 최근 전장부품 제조 공장을 확대했다. 현대기아차는 인도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배터리 생산 설비 추가도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미국까지도 국내 기업 주요 투자처로 떠올랐다.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지을 수 있다는 예상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LG전자는 지난달 테네시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다.

롯데케미컬은 지난 5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완성한 데 이어 투자 투자까지 준비하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국내 자본이 세계 일주를 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투자는 차갑게 얼어붙은 모습이다. 산업은행 '2019 설비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 설비 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2% 줄어든 164조4000억원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 중 반도체만 25% 수준인 41조500억원이다.

앞으로도 국내 투자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반도체를 비롯해 중소 업체를 시작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완전히 옮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나마 '반도체비전 2030'과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대적인 투자 계획도 나오긴 했지만, 반도체가 아닌 산업에서는 돈줄이 말라붙은 상황이다.

자본이 해외로 도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이 경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미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규제를 철폐하는 사이, 한국 정부는 규제를 오히려 확대하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표적인 규제는 법인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선 과제'로 법인세 인하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 10대 기업이 법인세로 낸 돈만 18조9000억원 수준. 베트남과 미국 등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는 것과는 대비된다.

최저임금도 큰 부담이다. 베트남은 2016년까지 최저임금을 2자리수 이상 대폭 인상해왔지만, 최근들어 주춤해 올해엔 5.5% 인상에 멈춰섰다. 지역별 차등도 도입 중이다. 미국도 지역별 최저임금에 차이를 둬서 경영 부담을 최소화해주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스타트업 투자가 희망으로 떠올랐다.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1조8996억원에 달했으며, 연말까지 최초 4조원 돌파 예상도 나온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4년부터 500대 기업이 타법인에 투자한 금액은 13조6866억원,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에만 1조1968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투자를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아쉬움도 크다.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스타트업 투자 유치 행사에 참석해 투자를 더 확대하고 싶지만,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피해자다. 정부가 공유차 사업을 사실상 승인하지 않으면서 국내에서는 완전히 철수한 상태다. 사실상 미래 동력을 포기한 셈, 국내 공유차 경제도 발전이 어렵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 투자하려면 규제와 세금, 임금 등 고려해야할 게 많다"며 "성장 가능성도 높고 혜택도 많은 해외에 투자하는 게 훨씬 안정적이면서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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