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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주술과 세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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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 당신의마음 연구소장

 


리처드 도킨슨이라는 학자는 아주 전투적인 무신론자이다. 유신론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가진 듯, 신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도이다. 오죽하면 무신론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찍을 정도이니 말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의 신에 대한 혐오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책이라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이 책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초자연적인 어떤 것도 믿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그런데 독자들이 잘 생각하면 곧 필자가 왜 아리러니하다고 했는지 이해할 것이다. '종의 기원'이 무슨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책인가? 어디 마력을 가진 출판사에서 특별히 출판했기 때문에 그 책 하나로 유신론자들이 무신론자들로 바뀌가? 철두철미한 이성주의적 과학자라는 리처드 도킨슨도 '종의 기원'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이 일종의 주술과 미신을 믿는 아이러니를 자신도 모르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뭐 이에 대해 리처드 도킨슨이 반론을 제기 할만도 하지만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사실 우리는 모두 주술적인 사고를 은연중에 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술적 사고가 매우 잘 작동하여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이 왜곡되는 상태에 빠지는 세뇌라는 경험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학자이면서 민속학자인 제임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에서 주술을 '유감주술'과 '접촉 주술'로 나누었다. 유감 주술은 어떠한 대상과 유사한 형상이나 속성을 지닌 것은 그 대상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삼국지에 보면 제갈공명이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 그 원혼들 때문에 강을 건너지 못하자 사람의 머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인신공양 대신 제물로 사용하는데서 만두가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유감 주술의 한 예로 들 수 있다. 유감 주술은 설명처럼 형태나 기능 등의 유사성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사물도 유사한 속성을 갖는 것처럼 느끼는 주술과 연관된다.

'접촉 주술'은 특정한 속성을 가진 대상과 접촉하면 그 속성이 접촉자에게 전염이 되어 그 특성이나 속성을 가진다는 생각이다. 하루방의 코를 만지면 아들을 가질 수 있다거나 연예인의 옷이나 머리카락 등 신체 일부분을 가지면 어떤 기운도 물려받는 사고와도 연관된다. 아마 리처드 도킨슨은 자신도 모르게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그렇게 생각한 듯 하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기본적으로 주술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더불어 타인의 의지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주술적 사고를 하는 것도, 세뇌를 당하는 것도 아니다. 특별히 그러한 '주술이나 세뇌가 쉬운 사람이 따로 있는가?' 라고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다면 필자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설명들이 많겠지만 우리 인간은 어떤 경우에 정신적으로 취약해지면서 이러한 주술이나 세뇌가 쉽게 작동할까?

독자 분들 중 직관적으로 답을 찾았다면 아마 필자가 말하는 것을 이미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불안이 작동할 때 인간은 주술과 세뇌가 쉽게 작동하게 되는 상태가 된다. 특히 불안 중 미래에 대한 무기력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은 우리로 하여금 주술적인 사고나 종교에 빠져들게 하고, 그러한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황당한 논리로 희생양을 찾거나 외부의 힘에 맡겨 버리는 행위를 통해 주술이나 행운 혹은 종교적인 형태의 세뇌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이 인간의 삶에 필연적이듯 주술과 세뇌는 필연적인가?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우주선을 하늘에 날려도 근본적인 인간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항상 타로나 사주 같은 점을 보고 다단계나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점 말이다.

참 답하기 힘든 질문일 것이다. 필자라면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방법으로 아마 기도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뭔가 큰 지혜를 가진 존재가 있다면 답을 알려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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