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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변호사의 사건 파일] 횡령이 의심되는 직원의 컴퓨터를 마음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

최종수정 : 2019-07-04 09:53:20

법무법인 바른 안선영 변호사
▲ 법무법인 바른 안선영 변호사

Q: 갑은 컴퓨터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인 A회사의 대표이다. A회사의 사업이 번창해나갈 무렵 A회사의 사업부장이었던 을이 A회사를 퇴직한 후 동종업체인 B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갑은 평소 을과 절친했던 병으로부터 B회사로 이직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는데, 병이 갑에게 이직의사를 밝히기 1주일 전에 A회사의 담당직원에게 A회사의 주력상품에 대한 원천코드(소스코드)와 고객명단을 요청하여 제공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갑은 을과 병이 공모하여 A회사의 기술과 고객을 B회사로 빼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자체 조사에 착수하였는데, 조사 과정에서 갑은 A회사의 고객들로부터 "을과 병이 A회사의 고객들을 찾아와 'A회사가 컴퓨터 솔루션 개발사업을 그만두고 이를 B회사에게 모두 이전하기로 했으니 B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라'고 하여 B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갑은 병에게 사실여부를 추궁하였으나, 병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적극 부인하는 상황에서 갑은 병이 관련 증거를 없애기 전에 병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조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병이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두어 갑이 임의로 위 컴퓨터에 접근할 수 없자 갑은 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후 분석업체에게 'B회사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여 검색되는 것이 있는지' 의뢰하였다.

그 결과 병이 A회사의 고객들에게 B회사 명의로 보낸 견적서, A회사가 추진해 온 계약을 B회사 명의로 체결한 계약서, A회사의 계약을 B회사로 빼돌렸다는 내용이 담긴 메신저 대화자료 등을 발견하였다.

이에 갑은 병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자료들을 근거로 병을 해고하였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병이 오히려 갑을 비밀침해죄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위반죄로 고소하였다. 갑은 처벌될까?

A: 형법은 '① 비밀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②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를 처벌한다'는 비밀침해죄 규정을 두고 있는데, ① 병이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두었고, ② 갑이 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후 분석업체에게 분석을 의뢰하여 이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알아냈으므로, 갑에게 형법 제316조 제2항이 정하는 비밀침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한편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정보통신망법 제49조, 제71조 제1항 제11호 참조)을 두고 있는데, 대법원이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 관해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된 다음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저장·보관되어 있더라도,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열람·검색이 가능한 경우도 포함 한다'고 폭넓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갑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갑이 병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검사할 무렵 병의 업무상배임 혐의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이 이를 부인하고 있어 갑으로서는 병이 A회사의 기술이나 고객들을 빼돌리고 있는지 긴급히 확인하고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으며(목적의 정당성 및 긴급성), 병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병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자료가 저장되어 있을 개연성이 컸고(수단의 상당성), 갑이 병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정보를 열람한 것이 아니라 'B회사'라는 검색어로 검색되는 정보만 열람한 점(법익의 균형성) 및 병이 입사시 'A회사 소유의 컴퓨터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업무와 관련된 산물을 모두 A회사에게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한 점(법익의 균형성), 검색 결과 범죄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자료가 발견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갑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형법 제20조 참조).

이처럼 회사가 근로자의 범죄혐의 또는 비위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근로자의 컴퓨터나 이메일을 조사하는 행위가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자로부터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자산인 컴퓨터와 회사의 메일계정은 업무목적에 한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근로자의 범죄혐의 또는 비위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회사가 컴퓨터나 이메일을 조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인 동의를 받아둘 필요가 있고, 근로자의 컴퓨터 조사 시 형법 제20조가 정하는 정당행위의 요건(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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