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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무엇이 집배원을 죽음으로 몰았나



지난해 8월. 무안우체국 집배원은 길가에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발견하고 긴급신고를 해 위급상황을 막았다. 목포우체국에 근무 중인 집배원은 신안군 지도읍 소재 원태천에서 오룡마을 방향으로 이동 중 밭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해 신속하게 신고했다. 고흥우체국의 한 집배원은 우편 배달뿐 아니라 2013년부터 집수리 봉사활동을 다니고, 마을 입구 도로변에 맨홀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보해 안전사고를 막았다.

산골 마을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지자체 곳곳 뿌리내리며, 지역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던 우체국 집배원들이 동료의 죽음 앞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을 위해 선행활동도 마다하지 않은 집배원들은 왜 죽음 앞으로 몰렸을까.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6분, 연평균 2745시간에 달한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가 평균적으로 일하는 20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인 1763시간 보다 982시간 더 일한 시간이다.

노동 강도도 세고, 위험한 상황에도 쉽게 몰린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업무 시 사고를 경험한 집배원은 92.7%에 달한다.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일은 비일비재고, 중량물을 취급하거나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절반 정도가 넘는다. 오토바이를 주로 타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내리면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설이나 추석에 물량이 몰리기라도 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68~69.8시간에 달한다.

장시간 노동과 질환들로 집배원들은 죽음에까지 몰리고 있다. 2008~2017년 최근 10년 간 장시간 노동과 관련된 질환들로 인해 총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지난달 19일 충남 당진우체국의 집배원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도 아홉 번째 집배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집배원 총파업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파업 찬성에 투표한 조합원은 92.9%로 압도적이다. 우편물을 받고 배부하는 전국 24개 우편집중국도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지난 25일 열린 우정노조 기자회견에서는 "어느 사업장을 가도 안전사고는 있지만 과로사는 없다. 공무원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후진국이 어딨나"라는 외침이 울렸다.

소형 전기차, 드론 배송 등으로 집배원의 노동 강도를 낮추겠다고 하던 우정사업본부의 목소리는 국회에서부터 막혀 어느새 힘을 잃고 있다.

이날이 마지막 협상이다. 마지막 쟁의 조정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기치가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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