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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국립현대미술관, ‘민주주의’ 말할 자격 있나

홍경한(미술평론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은 무엇을 움직이는가-미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미술관의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동시대 미술 담론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된 연구 프로젝트의 세 번째 학술행사이다. 지난해 4월과 11월에 마련된 행사에선 각각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연구와 수집에 대해 다뤘다.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기념한 이번 심포지엄은 미술과 미술관에 민주주의를 묶었다. '현대미술관의 민주주의 실천'과 '현대미술의 민주주의 재현'이라는 큰 틀 아래 제도/기관, 사회정의, 지역/경계, 재현 이후 등을 소주제로 담았다.

모진 역사 속에서 힘겹게 민주주의를 성취해온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사회적·정치적·초국가적 맥락에서의 미술과 미술관의 역할 및 민주화와 미술관의 다층적 관계성을 내세운 이번 심포지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가 작품 혹은 전시를 통해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지를 세계사적 흐름에서 조명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는 작지 않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민주주의를 화두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선 냉소적이다. 민주주의의 절대 가치인 평등과 공정, 상식의 실현과 기회균등의 정당성 차원에서 의구심을 떨치기 힘든 절차로 임명된 윤범모 관장 체제하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기에 그렇다.

지난 2월 임명된 윤범모 관장은 본래 공직자가 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인 역량평가에서 탈락했다. 역량평가를 통과한 후보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인사권자였던 도종환 장관은 윤 관장에게 사상 처음으로 재평가라는 기회를 줬다. 그러자 정부가 정해놓은 인사를 밀어주려 한다는 특혜시비가 일었고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윤 관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 속에서도 결국 임명장을 받아들었다. 평소 패거리 의식과 인맥 제일주의를 미술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하며 '근친상간의 구조'라고까지 격하게 표현했던 그였지만 그때는 달랐다. 정작 자신의 문제 앞에서는 불공정 절차와 특혜의혹이 난무한 인선 과정에서 발을 빼지 않았다.

오랜 시간 부조리와 불평등, 반민주적인 것에 함몰되는 세태를 꾸짖던 진보 지식인이었던 그였기에 미술인들의 좌절과 실망은 컸다.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사퇴여론도 없지 않았다. 물론 문화예술기관장을 색깔, 코드, 인맥으로 꽂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당시 윤 관장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응모하여 유일하게 역량평가를 통과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떨어진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는 "정부가 응시자들을 농락했다"며 "기회균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한 공개모집제도가 비공정성으로 얼룩졌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개념을 갖고 있지만, 결과보다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게 민주주의이고, 민주적 가치를 경시하는 반민주적인 사고와 행위에 대해선 관용을 베풀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권력을 배경으로 한 특수 이익이나 부분 이익을 배척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이며, 자유와 평등, 공정, 의사결정의 민주성은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가치이다.

하지만 윤범모 관장은 민주적이었다고 단언하기 곤란한 과정을 통해 관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그가 수장으로 있는 기관에서 '미술 및 미술관과 민주주의'를 논하는 국제토론회를 열었다. 난 이 상황 자체를 꽤나 아이러니하게 바라본다.

한편으론 패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현대미술관의 민주주의 실천과 사회정의가 과연 미술관 안으로도 향했는지, 시장 논리로 재편되는 미술관 담론을 말하기에 앞서 정치논리가 지배적인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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