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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이 된 자동차 '모어댄'…BTS·김동연 모두 사로잡았다

1年 400톤 자동차 매립폐기물→가방 변신

가장 쓸모없음을 가장 쓸모있음으로

사회적 가치가 돈이 된다는 것을 증명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자동차 가죽시트를 업사이클링한 '컨티뉴'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배한님 기자



방탄소년단 RM, 레드벨벳 예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태원 SK 회장까지. 작은 스타트업의 가방이 왜 이렇게 많은 유명인의 사랑을 받았을까.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여 재탄생하는 것) 제품이기 때문이다. 1년에 400톤 넘게 버려지는 자동차 매립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모어댄'의 '컨티뉴(Continew)' 가방은 환경과 디자인을 모두 생각한다.

"소량으로 시제품 100개 한정 생산했을 때 방탄소년단 RM이 저희 가방을 사서 메고 다녔어요. 그게 SNS에 올라가면서 큰 인기를 얻었죠. 해외에서도 주문이 많아 넉 달을 기다린 사람도 있어요. 이런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회적 가치를 가진 우리 제품을 써 주는 거 자체가 지원금을 받아 성공한 것보다 더 도움 되죠."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방탄소년단 RM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사용한다는 백팩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최근 김 전 부총리께서 아직까지도 저희 가방을 갖고 다니시는 사진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재활용 안 되는 자동차 가죽, 가방으로 재탄생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가죽시트, 에어백 등을 재활용해 가방과 지갑, 액세사리 등 제품을 만든다. 의자, 안전벨트 등 용품은 안전상의 문제로 재활용이 안 된다. 이런 부품이 폐자동차의 약 15%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400만 톤의 자동차 부품이 땅속에 묻힌다. 환경호르몬 문제 때문에 태울 수도 없어 매립되던 이 안전용품은 가방으로 재탄생된다. 차량 폐기물들이 가공을 거쳐 프리미엄 가방과 지갑 브랜드인 '컨티뉴'로 재탄생한다.

"대부분 자동차로 인한 환경 문제는 매연만 생각하는데, 재활용이 안되는 폐기물도 문제가 심각해요. 이것들을 가장 간단하게 공유하면서 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게 모어댄이에요. 등에 메고 손에 들고 다니면서 스토리를 전하는 게 효과적이어서 가방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버려질 뻔한 가죽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죽 제품에 붙는 동물 학대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가죽을 새로 염색할 필요도 없어 물도 절약된다. 최 대표는 "백팩 하나당 물 1600L가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RM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이 가방을 사용했다./사진=배한님 기자



◆"사회적 가치도 돈이 된다"

최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전공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하면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사회적 책임'으로 논문도 내면서 폐자동차 부품을 가방으로 만들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아이디어를 글로만 남기지 말고 실현하자 생각해 창업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15년 모어댄을 시작했다.

최 대표는 처음엔 모어댄을 소셜벤처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기업이니까 이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저희가 알아서 하는 거고 누가 요구한다고 해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사회적 가치가 돈이 안 된다, 자생이 안 된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모어댄이 윤리적 패션 기업 중에서는 1위 기업인데, 1위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를 이끌고, 더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열심히 좇은 결과, 모어댄은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소셜 벤처의 성공모델로 주목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도 동행했다.

모어댄은 고용 문제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현재 15명인 임직원 중 4명이 경력 단절 여성이다. 이들은 자율근무제를 통해 육아를 하면서 일도 한다.

"창업 멤버 중 한 명이 MCN에서 상품기획 본부장까지 하던 분이었어요. 일을 너무 좋아하던 분인데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일을 그만두게 됐죠. 디자인 관련 자문을 구하며 함께 일하다 보니 이런 형태로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경력 단절 여성이 우리 사업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최 대표와 일하는 경력 단절 여성들은 모두 유능했다. 그들은 돈보다도 능력을 썩히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길 원했다. 육아로 가치를 잃었던 사람을 다시 가치 있게끔 만들었다. 이것이 내부 미션이 됐다.

모어댄은 가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세사리 제품도 만든다. 오는 9월 스니커즈도 출시될 예정이다./사진=배한님 기자



모어댄은 올해 11월 파주에 체험형 공장을 연다. 문 닫은 김치 공장을 인수해 카페형 오픈 팩토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나 독일 등 해외에서 견학 요청이 많다"며 공장을 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공장은 에너지 독립 공간으로 지어져 물은 빗물로, 전기는 태양열로 사용할 예정이다.

최 대표의 목표는 업사이클 가죽 원단을 판매하는 거다. 모어댄의 가죽이 더욱 다양한 곳에서 의미있게 쓰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프라다가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사가 되게 하는 것이 저희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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